실바 "내 공격 블로킹하면 통증 느낄 것…200%로 때리니까"
감기+종아리 근육 경련에도 49득점에 트리플크라운

X
포효하는 실바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5세트 14-13, 모두가 지젤 실바(GS칼텍스)에게 공이 올라올 것이란 걸 알았다.

현대건설 카리 가이스버거(등록명 카리)와 김희진은 실바 앞에 높은 벽을 쳤다.

하지만, 실바는 현대건설 블로커를 뚫고 GS칼텍스의 짜릿한 역전극을 완성했다.

GS칼텍스는 1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방문 경기에서 현대건설에 세트 스코어 3-2(20-25 27-25 18-25 25-18 15-13)로 승리했다.

실바는 올 시즌 V리그 여자부 한 경기 최다인 49점을 올렸다.

후위 공격 12개, 블로킹 득점 7개, 서브 에이스 3개도 올려 올 시즌 개인 두 번째 트리플크라운(한 경기 후위 공격·서브 에이스·블로킹 각 3개 이상)도 달성했다.

감기에 걸리고, 4세트 17-16에서는 오른쪽 종아리 근육 경련을 느꼈지만, 실바는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1세트 초반에는 감기 탓에 호흡에 문제가 있었다. 그래도 경기를 치르다 보니 호흡에도 신경 쓰지 않게 됐다"며 "근육 경련이 일어나면 점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점프를 못할 정도는 아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해냈다"고 웃었다.

X
목을 축이는 실바 (수원=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GS칼텍스 주포 실바가 1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현대건설과 방문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실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실바는 위축되지 않는다.

실바는 5세트 14-12에서 퀵 오픈을 시도하다가, 카리의 블로킹에 막혔다.

GS칼텍스 세터 김지원은 다시 실바에게 공을 올렸다.

실바는 카리와 김희진이 세운 벽을 뚫고, 경기를 끝냈다.

실바는 "나는 늘 키가 큰 블로커 앞에서 공을 때렸다. 블로킹을 의식하는 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내 공격을 블로킹하더라도, 상대는 통증을 느낄 것이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 나는 100%가 아닌 200%의 힘으로 공을 때리니까"라고 '문학적'으로 자신의 승리욕을 풀어냈다.

코트 밖에서는 딸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순한 엄마지만, 코트 위에 서는 전사로 변한다.

실바는 "경기가 시작되면 승리욕으로 가득 찬다. 이건 쿠바 선수들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X
종아리 통증을 느낀 실바 (서울=연합뉴스) GS칼텍스 실바가 1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과 방문 경기, 4세트 중 오른쪽 종아리에 근육 경련이 일어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실바는 2023-2024(1천5득점), 2024-2025시즌(1천8득점)에 연속해서 1천 득점을 넘기며 2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이번 시즌 1라운드에서도 6경기 223점을 올려 183점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한국도로공사)를 제치고 득점 부문 선두로 질주했다.

실바는 "우리 팀이 1라운드 6경기 중 5경기에서 풀세트 접전을 벌였다. 5세트까지 치른 경기에서 3번이나 패해 더 힘들었다"며 "힘든 상황에서도 한 단계씩 올라가는 기분이다. 아마도 이번 1라운드가 내 배구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혼으로 무장한 실바는 V리그 팬들에게 잊지 못할 장면을 여러 차례 선물하고 있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