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계엄 해제 요청할 유일한 사람…대통령 권한남용 방치"(종합)
내란특검 秋 체포동의요구서…"尹에게서 협력 요청 받고 대정부 견제 포기"
"尹, 작년 7월 하와이 순방부터 '군 참여' 거론…'한동훈 빨갱이' 언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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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 출석한 추경호 의원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13일 자신의 체포동의안 보고가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추천안 표결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5.11.13 utzza@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박재현 권희원 이밝음 기자 =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명확히 인식하고도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협력'했다고 판단했다.
계엄으로 대규모 유혈사태가 촉발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계엄 해제를 건의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람이었음에도 권한 남용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13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추 전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요구서에 따르면 특검팀은 "피의자(추경호)는 대통령 윤석열의 요청에 따라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효력을 유지하는데 협력하기로 결심했다"고 판단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56분께 홍철호 당시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과 통화하면서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다 반대했다. 시민들 수십만명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만류했는데 대통령이 말리지 말라고 하고 강행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들었다.
같은 날 11시 11분에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7분 33초간 통화하면서 계엄이 선포될 때까지의 상황과 '국무위원들이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하였음에도 대통령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취지의 상황 설명도 들었다.
이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등의 실체적 이유가 있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알게 됐으며, 나아가 대통령실 참모와 국무위원들의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계엄을 강행했다는 사실도 인지했고 특검팀은 판단했다.
특검팀은 또 추 전 원내대표가 45년 전 전두환 신군부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고려대학교 2학년 재학생으로서 휴교 조치 및 학생 탄압 사실을 경험했다는 점도 거론하면서 "역사적 경험 등을 통해 일련의 조치들에 대한 위헌·위법성과 그것이 내란에 해당할 가능성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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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 본회의 보고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되고 있다. 2025.11.13 ondol@yna.co.kr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협조 요청'도 받았다고 판단했다.
체포 동의 요구서에 따르면 추 전 원내대표는 계엄 당일 밤 11시 22분 윤 전 대통령과 2분 5초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에게 먼저 전화를 건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이 보안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알려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취지로 말하며 비상계엄 선포 이유와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추 전 원내대표에게 계엄에 협조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고, 이에 추 전 원내대표는 계엄에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명하는 문제 제기를 전혀 하지 않음으로써 그 뜻에 따르기로 했다고 특검팀은 판단했다.
반면 추 전 원내대표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들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리 계엄 선포 계획을 알리지 못해 미안하다는 이야기만 있었을 뿐, 당 차원의 '역할'을 요구하는 취지의 발언은 없었다는 것이다.
체포동의 요구서에는 국회의원이자 집권당 원내대표인 추 전 원내대표의 역할과 책임도 강조됐다.
특검팀은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인 추 전 원내대표는 국가 긴급권남용의 역사가 재현되지 않도록 정부 감독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으로부터 헌법 질서를 수호하고 소속 정당의 이익이 아닌 국가 이익을 우선할 의무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윤 전 대통령의 갈등, 야당과의 극한 대립 등 상황을 고려했을 때 추 전 원내대표가 사실상 계엄의 해제를 요청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봤다.
그런데도 비상계엄 선포 후 윤 전 대통령과 통화는 물론 그 후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될 때까지도 계엄 해제를 위해 필요한 일체의 조처를 하지 않아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방치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추 전 원내대표 측은 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 표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한 조처를 다 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앞서 특검팀 조사에 출석하면서도 "계엄 당일 총리, 대통령과 통화 후 의원총회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로 바꾸고 의원들과 함께 국회로 이동했다"며 "만약 대통령과 공모해 표결을 방해하려 했다면 계속 당사에서 머물지 왜 국회로 의총 장소를 바꾸고 국회로 이동했겠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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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의원, 본회의장으로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5.11.13 pdj6635@yna.co.kr
윤 전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계엄을 모의·계획한 정황도 체포동의 요구서에 상세히 담겼다.
특검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7월 하와이 순방 중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 강호필 합동참모본부 차장과 함께한 자리에서 "한동훈은 빨갱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을 비난하며 "군이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고,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도 이에 동조했다.
강 전 차장은 이후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분위기가 위험하다. 장관님이 막아야 한다"고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이런 정황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수개월 전부터 군사 조치의 필요성을 거론했으며, 한 전 대표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고 판단했다.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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