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건 다른 결론' 정권교체가 가른 대장동 비리 수사
文정부 1차 수사팀, '민간업자 배임' 기소…尹정부 2차 수사팀은 李 겨냥

검찰 내 엇갈린 평가 '역량 부족' vs '무리한 수사'…항소 포기에 내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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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김만배 [공동취재] 2025.10.31 [촬영 이지은] 2024.6.20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대장동 민간업자 비리 사건에 대한 항소 포기 결정이 검찰 분열과 정치권의 공방으로 이어진 데는 3년 넘는 수사 기간동안 정권 교체 전후 수사팀이 다른 결론을 내놓았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9월 꾸려진 1차 수사팀은 대장동 의혹을 성남시 측이 경제적 손해를 본 '배임' 사건으로 본 반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차 수사팀은 공무원의 비밀 누설로 제3자가 이득을 취했을 때 처벌하는 '이해충돌방지법'을 적용했다.

1차 수사팀이 적용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는 '고의성'을 입증해야 해 유죄 증명이 이해충돌방지법보다 까다로운 데다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피해자에게 피해액을 돌려줘야 해 국가가 환수할 수는 없다.

반면 이해충돌방지법을 적용하면 부당이득을 몰수·추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밀 유출 대가로 금품이 제공된 증거만 있다면 상대적으로 유죄 입증이 용이하다.

대장동 2차 수사팀은 이 점을 노려 2023년 1월 김만배·유동규·정민용·남욱·정영학 등 민간업자 5명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배임 액수와 계산법도 달랐다.

1차 수사팀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한 대장동 일당을 배임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사에 '651억원+α'의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당시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예상 택지개발이익을 평당 분양가 1천500만원 이상에서 1천400만원으로 축소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공사가 최소 651억원을 더 받았어야 했다고 봤다.

반면 2차 수사팀은 배임 액수가 이보다도 크게 늘어난 4천895억원으로 판단하고 당시 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수사의 칼끝을 겨눴다.

대장동 사업의 총이익이 택지 개발 수익과 화천대유 아파트 분양 수익을 모두 포함해 총 9천600억원 상당이라고 보고 민관 유착 없이 정상적으로 공모와 사업이 이뤄졌다면 공사가 전체 이익 중 70%에 해당하는 6천725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봤다.

공사가 내부 보고 과정에서 기대 이익을 전체의 70% 수준으로 계산한 점 등이 그 근거였다.

그럼에도 실제로 성남시가 환수한 사업 수익은 임대아파트 부지 배당금 1천830억원이 전부였다고 판단했고, 이 대통령 측이 공공 환수액으로 주장한 1공단 조성비, 서판교 터널 개통비 등은 이익이 아닌 비용이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같은 사건에 대해 정권 교체 전후로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온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현재까지도 1차 수사팀의 의지·역량 부족으로 윗선까지 수사가 확대되지 못했다는 시각과 2차 수사팀이 이 대통령을 겨냥해 무리하게 정치적 수사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유동규·남욱 씨 등 핵심 관계자들이 이 대통령을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하며 진술 태도를 바꾼 점도 수사 기류가 바뀌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달 31일 대장동 일당 1심 선고에서 2차 수사팀이 추가 기소한 이해충돌방지법을 무죄로 판단하고, 범죄수익으로 산정했던 7천815억원 중 1천128억원만 인정했다.

이에 상급심 판단이 필요하다고 봤던 강백신 고검 검사를 비롯한 2차 수사팀 검사들은 대검찰청이 항소 포기를 불허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정용환 부장검사 등 1차 수사팀 검사들은 항소 결정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등 '내분' 양상을 보였다.

항소 포기 사태 여파로 이날 퇴임한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은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 듯 퇴임사에서 "갈등과 반목보다 힘을 합쳐 어려움을 헤쳐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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