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수행비서 "'건희2' 내가 사용"…재판부 "위증하면 처벌"
金 재판서 '건희2' 실사용자 공방…정지원 "金에 한두 번 빌려줘"
鄭 "金이 샤넬 구두 신은 것 한두번 봤다…가방·목걸이는 못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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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문고리 3인방' 정지원 전 행정관 특검 출석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정지원 전 행정관이 25일 서울 광화문 kt웨스트에 차려진 김건희 특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7.25 jjaeck9@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한주홍 기자 = 김건희 여사 재판에서 이른바 '건희2' 번호의 실제 사용자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김 여사의 수행비서였던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본인이 개통해 사용했다고 주장했으나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관련자 진술과 공개된 녹취 등에 비춰 김 여사가 실사용자로 보인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14일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김 여사의 '문고리 3인방'으로 알려진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출석했다. '건희2'는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인사 청탁을 전달한 번호로 특검팀은 이를 김 여사가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정 전 행정관은 이날 재판에서 김 여사가 아닌 자신이 사용한 번호가 맞는다며 "개인 번호가 많이 알려져 이 번호를 개통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조사에서 '증인과 자신이 공유하며 사용하기 위해 (건희2를) 개통한 것이고, 중요한 내용이 있으면 당연히 보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러면 김 여사 진술은 거짓이냐"고 따져 묻자 정 전 행정관은 "그건 (김 여사가) 왜 그렇게 진술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여기서 거짓말하면 위증으로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건희2'로 알려진 연락처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와의 통화 녹취록을 다시 한번 공개했다.
김 여사는 해당 녹취록에서 "제가 이 번호는 좀 비밀리에 한 번호"라며 "이 번호로 문자나 전화를 주시면 된다. 언제든지 전해주고 전화가 와 있으면 나중에라도 연락하겠다"고 했다.
특검팀은 이를 두고 "김 여사가 이 번호를 사용한 적이 없느냐"고 물었고, 정 전 행정관은 "한두 번 정도는 제 것을 빌려서 통화하신 것 같기도 하다"고 답했다.
그러자 특검팀은 "진술이 갑자기 바뀌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재판부는 "언성을 높이지 마시라"고 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해당 녹취록 내용을 언급하며 "마치 이 휴대전화를 피고인이 사용하는 것처럼 말하지 않느냐"고 거듭 물었고, 정 전 행정관은 "영부인이 고위직 분들에게 직원 전화라고 말하면 실망할 것 같아서 비밀번호라고 말한 것 같다"며 "이 번호로 연락을 달라는 건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건희2' 연락처로 전씨가 전달한 인사청탁 메시지도 공개하며 해당 연락처의 실사용자가 김 여사가 아니었느냐고 강하게 추궁했다.
전씨는 대선 후인 2022년 4월 19일 '건희2' 연락처로 대통령실 인사수석실·의전비서관실·정무수석실 등에 8명을 채용해달라며 명단을 보냈다.
그러자 '건희2'는 전씨에게 "이력서를 부탁한다"고 답했고, 전씨는 "이력서 파일은 내가 못 보내서 처남에게 시켜서 비서에게 보내겠다"고 했다.
정 전 행정관은 당시 해당 내용을 김 여사에게 전달하지 않았고, 출력해두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가져간다고 해서 지시받은 대로 출력만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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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김건희 (서울=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5.9.24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그러자 재판부는 "본인이 보좌하는 사람이 영부인인데, 영부인에게 보고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재판부는 또 "'비서한테 보내겠다'고 하는 건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이 비서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보낸 게 아니냐"고 물었다. 김 여사에게 전달한 게 아니냐는 취지다.
그러자 정 전 행정관은 "전씨는 저 번호를 영부인 번호라고 생각해서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사용한 휴대전화"라며 "그런데 '비서한테 보내겠다'고 한 건 정말 사용자를 영부인으로 착오해서 보낸 건지, 의도를 모르겠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전씨가 보낸 다른 정치적 조언 등의 메시지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람인데 반말해서 불쾌했다"며 "악성 민원인 같은 문자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김 여사에게 따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게 정 전 행정관의 주장이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서도 "전성배는 언론에 많이 노출된 사람이고, 사진도 나왔는데 모를 수가 있느냐", "코바나컨텐츠 고문도 했다는데 들어는 봤을 거 아니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이날 정 전 행정관은 김 여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샤넬 구두를 신은 걸 본 적이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김 여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샤넬 가방 2개를 교환한 샤넬 가방 3개와 샤넬 구두, 목걸이 등의 사진을 공개하며 김 여사가 이 물품들을 실제로 사용하는 걸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정 전 행정관은 "가방은 샤넬 브랜드를 착용한 것은 본 적이 없다"며 "샤넬 구두는 한두 번 정도 신은 걸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목걸이에 대해서는 "제가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함께 증인으로 소환된 유 전 행정관은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또다시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달 29일에도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26일 유 전 행정관을 다시 소환하고, 당일 윤영호씨와 그의 아내이자 통일교 전 재정국장인 이모씨를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특검팀은 유 전 행정관이 또 불출석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구인영장을 발부해달라고 요청했다.
ju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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