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계엄일 24시' 언론사에 경찰 진입하니 협조하라 지시"(종합)
前소방청장, 李재판서 "성 공격할 때 물·쌀 끊는 것으로 이해"
피의자 입건된 이영팔 前차장 증언 거부…24일 김봉식 증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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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관련 답변하는 허석곤 소방청장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허석곤 소방청장이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상계엄 당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와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13 utzza@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허석곤 전 소방청장이 비상계엄 당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화해 단전·단수를 언급한 뒤 '언론사들에 경찰이 투입되면 협력해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듣고 '성을 공격할 때 물과 쌀을 끊는 것'을 연상했다고도 진술했다.
허 전 청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이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허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밤 11시 37분께 이 전 장관과 1분 30초간 통화한 내용을 설명했다.
허 전 청장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오후 11시께 소방청에 도착했고, 사무실에 출근한 소방청 간부들과 상황판단 회의를 열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회의하던 중 이 전 장관에게 전화가 왔고, 허 전 청장은 간부들에게 조용히 해달라며 손짓으로 요청한 뒤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 이 전 장관은 우선 소방 당국이 출동한 사건이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이어 '소방청이 단전·단수 요청을 받은 것이 있느냐'고 물었고, 허 전 청장이 없다고 답하자 언론사를 언급했다고 한다.
허 전 청장은 "장관 말씀이 빨라지며 언론사 몇 곳을 말했고, 한겨레·경향신문·MBC·JTBC·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빠르게 말했다"며 "빨리 말씀하셔서 몇 번 되물었다"고 했다.
이어 "(이 전 장관이) '24시에 경찰이 그곳에 투입된다, 혹은 진입한다'고 말했고, '연락이 가면 서로 협력해서 어떤 조치를 취하라'고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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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허 전 청장은 "경찰이 24시에 언론사에 투입되면 안에 있는 분들이 저항하지 않겠나"라며 "언론사를 완전 장악하기 위해서 성을 공격하면 옛날에 성안에 물을 끊고 쌀을 끊고 하지 않나. 그래서 소방에 단전·단수를 요청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을 열어달라고 할 수도 있고 사다리차가 있으니까 다른 요청도 있을 수 있는데, 앞에 단전·단수 요청이 온 게 있는지 말했기 때문에 경찰이 단전·단수를 요청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허 전 청장은 "단전·단수는 소방에서 사용하는 용어도 아니다. 30년간 쭉 청장까지 했는데 단전·단수를 해 본 적도, 지시해본 적도 없다"며 "단전·단수를 하면 엘리베이터도 멈추고 소방은 물이 필수인데 물이 차단되고 건물은 위험해진다"고 당시 전화를 끊은 뒤 가졌던 생각을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을 확인받기 위해 이영팔 차장에게 '단전 단수가 우리 의무입니까'라고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이 전 차장이 아니라고 답했고, 다른 간부들도 '신중하게 생각하시라'고 해 결국 단전·단수는 소방청의 의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허 전 청장은 부연했다.
이 전 장관과의 통화가 끝난 뒤 서울소방재난본부, 경기도 재난본부 등에 전화한 경위에 대해서는 "국회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충돌이 일어나고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서 시·도본부장에게 상황관리를 잘하라고 당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증인으로 출석한 이영팔 전 소방청 차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돼 형사처벌 우려가 있다"면서 "허락한다면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밝혔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오는 24일에는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김 전 청장은 지난 10일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 측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증인으로 추가 신청한 데 대해 추후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leed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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