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尹 계엄 결정 돌리려 했으나 역부족"…1월 21일 선고(종합)
韓 결심공판 최후진술…"계엄에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적 없어"
특검 "국민 봉사자 의무 저버리고 내란 가담"…징역 15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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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 떠나는 한덕수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이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2025.11.26 [공동취재] hwayoung7@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내란 혐의 재판의 최종 심리에서 비상계엄에 찬성하거나 도운 적이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최후진술에서 "비록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지만,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다"며 "이것이 오늘 역사적인 법정에서 제가 드릴 가장 정직한 말"이라고 했다.
그는 "작년 12월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이 겪은 고통과 혼란을 가슴 깊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제게 많은 기회를 줬고, 전력을 다하는 게 그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길 끝에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그날 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하겠다고 하는 순간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땅이 무너지는 것처럼 그 순간 기억은 맥락도 없고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고 했지만, 막을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국무위원들과 다 함께 대통령의 결정을 돌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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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나서는 한덕수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이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2025.11.26 [공동취재] hwayoung7@yna.co.kr
변호인은 내란 방조와 종사 모두 법리 방어에 나섰다. 우선 비상계엄 선포가 곧 내란죄로 이어지는 건 아니어서 혐의 적용할 수 없다고 큰틀의 방어막을 쳤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 외에 구체적인 내란 행위에 대해 알지 못했다. 대통령은 이미 선포를 결심한 상태에서 피고인이 반대 취지의 발언을 하는 것 외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저지할 수 있는지 헌법·법률상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방조범은 정범이 범죄행위를 할 때 고의적으로 협력할 의사를 갖고 돕는 경우 성립한다. 변호인 주장은, 알지 못했으므로 고의적 협력 의사가 없었고, 저지 의무가 없으므로 비록 소극적이었다 해도 범행을 도운 게 아니므로 견제 의무를 저버렸다고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검팀이 재판 중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한 것을 두고도 구체적인 사실관계 변경 없이 이뤄진 것이라며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내란죄에 구분된 3개 유형 중 우두머리 혐의에 형법상 공범 개념의 하나인 방조를 적용했다가 중요임무 종사도 추가한 것에 대해 내란 방조와 종사는 사실관계가 상이하다고 했다. 내란죄는 구성요건을 세분화해 놓았는데, 거기 맞춰 적용한 게 아니라 일반적 방조범 개념을 갖다붙인 것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각 혐의에도 반박 입장을 제시했다. 내란 방조는 행위 인식과 방조의 고의가 있어야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내란 종사는 모의 참여·지휘 등의 행위를 해야 하는데, 윤 전 대통령은 김용현 전 장관과 논의했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앞서 변호인들은 방조는 간접·보조적 행위, 중요 종사는 적극·능동적 행위를 전제로 하며, 둘 다 가능하다는 식의 공소장 변경은 실질적 방어권에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해왔다.
내란죄는 필요적 공범이 적용되며, 내부자 사이에선 공동정범, 교사범, 방조범(모두 공범에 포함)이 성립할 수 없다는 학설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필요적 공범이란 구성요건 자체가 이미 2명 이상의 참가나 단체의 행동을 전제로 성립하는 범죄다. 즉, 내란죄는 범죄 구성에 여러 명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다수인이 동일한 방향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공동으로 작용하는 '집합범'이다. 다만 내란죄는 참가자의 기능·지위·역할에 따라 법정형에 차등을 둔다.
이처럼 내란죄는 우두머리, 중요임무, 부화수행으로 나뉘고 법정형을 달리 하는데 내부자 사이에 방조범 개념은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 전 총리는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방조한 혐의로 지난 8월 29일 재판에 넘겨졌다.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한 뒤 폐기한 혐의,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있다.
이날 특검은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람임에도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의무를 저버리고 계엄 선포 전후 일련의 행위를 통해 내란 범행에 가담했다"며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을 종결하고 내년 1월 21일 선고기일을 열기로 했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내란 혐의로 기소된 국무위원 중 가장 먼저 사법적 판단을 받게 된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자 재판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leed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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