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6개월] ② '통상난관' 뚫고 APEC까지…실용외교 순항 이어갈까
한미협상에서 '합격점' 평가…무역질서 재편 속 '국익 극대화' 본격 시험대

'E.N.D. 이니셔티브'·'피스메이커' 다양한 모색…평화 진전 이뤄낼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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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의 대화 (경주=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지난 6월 새 정부가 닻을 올린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중심 실용주의' 원칙을 앞세워 비상계엄 여파로 멈춰 섰던 정상외교를 본 궤도로 돌려놓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하지만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맞닥뜨린 외교적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무엇보다 미국이 8월부터 한국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적용하기로 한 가운데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으로 협상을 매듭지어야 하는 난제가 이 대통령 앞에 놓여 있었다.

치열한 실무 협상 끝에 이 대통령은 '마감시한' 직전인 7월 31일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약 3천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으로 큰 틀의 합의를 끌어냈다.

곧바로 8월 말 워싱턴DC에서 1차 한미 정상회담까지 진행되는 등 순조로워 보였던 협상은 이후 대미 투자금의 구체적 운용 방식에 대한 이견이 불거지며 다시 교착 상태로 빠져들었다.

10월 말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2차 한미 정상회담은 양측의 긴 샅바싸움을 끝낼 결정적인 돌파구가 됐다.

이를 계기 삼아 한미 양국은 통상 및 안보 분야 협상의 세부 사항에 최종 합의하고 그 결과물을 양해각서 및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형태로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통상 분야에서 기대했던 결과를 도출한 것에 더해 안보 분야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공식화하는 등 예상 밖의 성과까지 얻어내며 가장 큰 시험대였던 한미 협상에서 '합격점'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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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총 금관 모형'과 한미 정상 (경주=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다자외교에 있어서도 취임 후 6개월 동안 총 5차례의 국제회의를 소화하는 등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불과 취임 12일 만에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다자 외교 무대 '데뷔전'을 치렀고,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 10월 말레이시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연이어 참석했다.

대한민국이 계엄 사태를 극복하고 국제무대에 복귀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다자외교에 더 공을 들였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경주 APEC 정상회의는 올해 외교 이벤트의 '백미'로 꼽힌다.

21개 회원의 입장을 조율해 '경주선언'을 끌어낸 것은 물론 세계의 이목이 쏠린 미중 정상회담까지 무난하게 치러내며 한국 외교의 위상을 다졌다.

이처럼 눈코 뜰 새 없는 6개월을 보냈지만 '실용외교'의 본격 시험대는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무역질서 재편 흐름 속에 미중 간 갈등처럼 언제든 한국 외교를 위협할 뇌관이 상존하는 만큼 이재명 정부로서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도 국익을 극대화하는 길을 찾아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미 이 대통령은 지난 반년 동안 'E.N.D.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피스 메이커' 역할을 당부하며 북미 대화를 추동하는 등 평화체제 진전을 위한 다양한 모색을 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삼아 집권 2년 차인 내년부터는 실질적으로 남북 대화를 복원하고 군사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에 속도를 더욱 낼 것으로 전망된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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