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작가" vs "문화자산"…'고향의 봄' 기념사업에 찬반 극명
창원시, 내년 예산에 동요 고향의 봄 100주년 기념사업비 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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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작가 이원수, '고향의 봄' 기념사업 반대" [친일작가이원수고향의봄창작100주년기념사업반대시민대책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경남 창원시가 내년 예산안에 아동문학가 이원수의 동요 '고향의 봄' 창작 100주년 기념사업비를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하자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시민단체 '친일작가이원수고향의봄창작100주년기념사업반대시민대책위'는 8일 창원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원수 작품을 보면, 일제에 강요되거나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쓴 게 아니라 매우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친일매국 성향이 두드러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를 들어 '지원병을 보내며'란 동시에는 '굳센 일본의 군인이 되겠습니다'는 등의 구절이 등장하고, 다른 작품도 비슷하다"며 "이원수는 해방 후 자신의 이런 행위에 대해 단 한 번도 반성하거나 민족 앞에 사죄한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창원시는 고향의 봄 창작 100주년 기념사업을 즉각 취소하고, 시의회는 예산을 전면 삭감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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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봄 기념사업 예정대로 추진하라"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고향의봄창작100주년기념사업을지지하는시민모임'이란 이름의 단체는 같은 날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 민족이 가장 사랑하는 동요인 고향의 봄은 정치나 이념의 잣대로 훼손될 수 없는 소중한 정신문화 자산이다"며 "고향의 봄 창작 배경지인 창원 의창지역 주민들은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원시는 시민의 염원을 담은 이 사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아동문학가 이원수가 쓴 동요 고향의 봄은 내년 창작 100주년을 맞는다.

그는 1926년 4월 '어린이' 잡지에 고향의 봄을 발표했다.

이원수는 어린 시절을 보낸 경남 창원의 추억을 담아 고향의 봄을 썼다.

이 동시에 작곡가 홍난파가 곡을 붙인 것이 지금도 널리 불리는 동요 고향의 봄이다.

창원시는 앞서 내년 예산안에 '고향의 봄 창작 100주년 기념사업'을 위해 약 8억9천300만원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지역의 차별화된 문화자산으로 발전시키고, 미래세대에 문학적 가치와 지역 정체성을 전승할 수 있는 기반 등을 마련한다는 이유다.

jjh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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