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의 월요이야기 제125호(2025.12.15.)]

-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

미국의 TV드라마 ‘제5전선’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은 1997년 1편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8편을 완성하기까지 무려 28년간 만들어지고 상영된 영화입니다.
주인공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 각종 불가능한 상황을 이겨내고 마침내 목적을 달성하며 온갖 반전이 일어나는 서스펜스 영화입니다.
미션 임파서블은 말 그대로 불가능한 임무지만 해내지 않으면 안 될 임무이기도 합니다.

저희 집안은 1년에 두 번 온 가족이 모여 파티를 합니다.
봄에는 가족여행에서,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파티입니다.
3대가 모이다 보니, 해가 갈수록 인원이 늘어 지금은 거의 60여 명의 대가족이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봄 가족여행은 형님들이 고령화되면서 몇 년 전부터 중지하였습니다만, 크리스마스 파티는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가족여행을 떠나면 숙박지에서 가족 대항 장기자랑을 하는데, 별다른 장기가 없는 가정은 곤혹스럽기만 했습니다. 결국 아이들 재롱잔치로 끝나곤 했지요.

아이들이 모두 대학에 다닐 당시, 별 장기가 없던 저희 가족은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남은 기간 3개월.
가족 그룹사운드를 만들어 연주하자는 계획이었습니다. 아무도 어떤 악기도 다루지 못하였으니 불가능한 생각이었습니다.
모두 말도 안 되는 계획이라 했지만, 그룹이름을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라 짓고 각자 실용음악학원에 등록을 했습니다. 저는 색소폰을 할 줄 알았지만, 아이들은 불공평하다며 다른 악기를 배우라고 했습니다.
연주곡목은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큰 딸은 드럼, 아들은 기타, 아내는 보컬, 저는 결국 키보드를 하기로 하고, ‘여행을 떠나요’ 악보를 구해 학원에서 악기를 배우면서 연습하기로 했습니다.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는 악보를 보는 순간 현기증이 났습니다.
딸은 드럼스틱 잡는 연습부터 하기 시작했고, 아들은 기타 지판을 누르며 도레미파를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값싼 중고 키보드를 사서 집에서 연습을 하였습니다.
악보의 음표 하나를 장님 문고리 잡듯 두드리며 연습했습니다.
3개월 만에 ‘여행을 떠나요’를 연주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모두가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도는 해보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연습했습니다.

매주 일요일이면 모두 음악실에 모여 음을 가다듬으며 합주하는 것은 여간 우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안되니까요. 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연습이 끝나면 생맥주를 마시며 서로를 흉보며 깔깔거리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우리의 팀명에서 용기와 위안을 느끼며 연습했습니다.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제한시간 3개월.

봄 가족여행 장기자랑 시간이 왔습니다.
온 형제 대가족이 모인 가운데 우리는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무대에 짠!하고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키보드와 기타로 시작하는 전주부터 드럼이 신나게 작열하는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를 오리지널 버전 그대로 완벽하게 연주해냈습니다.
가족들은 환호와 우레같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산울림의 '회상'을 앵콜곡으로 곁들여 우리 가족 그룹사운드 ‘미션 임파서블’은 임무를 완벽히 끝냈습니다.
모두들 정말 놀라워했습니다. 젊은 조카들은 믿을 수 없다 했습니다.
그룹사운드가 등장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더구나 이를 3개월 만에 해냈다는 것은 거짓말로 여겼습니다. 어른들은 무슨 재주가 그리도 좋냐고, 타고난 것 아니냐고들 했습니다.

재주가 있었느냐고요?
천만의 말씀...
오로지 연습뿐이었습니다.
연습과 의지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것일 뿐, 다른 비결이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불가능은, 불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시도하지 못한 것을 우리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곤 합니다.
지금도 동영상을 보며 그때를 추억하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런 임파서블 미션이 우리 세종시에도 많습니다.
올해 그런 짜릿한 전율을 많이 느꼈습니다.
우리가 해낸 것들 말입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것들...
투자유치 전국 시 단위 1등, 규제 혁신 전국 1위 등등 헤아릴 수 없는 우수 평가 실적을 우리 직원 여러분들이 거두어내고 있습니다.
또 있습니다.

불과 5년 전, 제가 세종시에 지하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지금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2020년 제4차 국가 철도망계획을 수립할 당시 시가 내판역을 돌아 조치원에 이르는 노선을 제시했을 때, 저는 대전과 정부청사와 조치원을 잇는 직선 철도망을 주장했습니다.
그래야 도심지를 지나는 지하철이 생기기 때문이었습니다.
제 주장은 무모하고 비현실적인 안이라 비난받으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비판을 하는 언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1월, 국가철도망계획 CTX가 민자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신도심에는 지하철이 들어서고, 조치원이 다시 과거 교통의 중심지로서의 영광을 되찾는 등 한때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습니다. 아직도 미션 임파서블일지 모릅니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둥, 이상적이라는 둥, 희망고문이라는 둥 비관적인 말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과연 그렇기만 할까요?

저는 이미 여러 차례 불가능해 보이는 사업들을 가능으로 이끈 경험이 있습니다.
두 번의 안면도 국제 꽃 박람회와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가 그랬습니다.
첫 번째 꽃 박람회는 다들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모래사장에서 무슨 꽃박람회냐, 바닷바람에 꽃이 온전하겠냐, 접근도로도 2차선, 숙박시설도 전무한 곳에 무슨 국제 꽃박람회냐는 것이었습니다. 단지 천혜의 관광자원을 지닌 안면도의 잠재성을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는 납득시킬 수가 없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꽃 박람회의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차장 겸 운영본부장으로 저는 지옥의 나날들을 경험했습니다.
결과는?
160만의 방문객에, 130억에 달하는 흑자를 낸 가장 성공한 박람회로 평가받으며, 임무를 담당했던 직원 전원이 정부표창을 받았고, 저는 홍조근정훈장을 받았습니다.
누구나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던 임무였습니다.

안면도가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태로 시름을 겪을 때도 그랬습니다.
해외의 유수한 전문가들도 한국의 기름유출 사고는 복구하는데 최소 10년 이상 걸린다고 했습니다. 저는 해안 방재작업의 책임자, 충남 행정부지사였습니다.
기름유출사태로 인해 충남 서해안 6개 시·군 30개 읍·면·동, 해수욕장 20개소, 해안선 167km가 악몽 같은 유황기름의 지옥 속에 빠졌지만, 120만 자원봉사자의 구슬땀과 손길로 기적처럼 74일 만에 기름띠를 걷어냈습니다.
그리고 이를 보여주는 두 번째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를 개최하여 또다시 성공했던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위대한 국민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루어낸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은 도처에 참 많습니다.
해군 해병으로 복무하면서 군함이 퇴역하면 고철로 처분되는 것을 알고 퇴역하는 함정을 이용해 함상 공원을 탄생시킨 것도 그랬습니다.
군함 2척을 무상으로 달라는 무모한 제안에 어이없다는 듯 저를 쳐다보며 ‘봉이 김선달이 오셨나’하며 웃던 당시 해군 조함단장 정인귀 제독님. 그러나 결국 해군을 설득해 이분들의 도움으로 마침내 퇴역하는 군함을 이용해 당진 함상공원을 만든 것도 그러한 일이었습니다.

자칫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빛축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수당 의회의 예산삭감으로 시가 축제를 포기할 때 시민들이 나섰습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수변상가 상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벌써 두 번째 빛축제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시민들의 빛축제는 지난해 대한민국 축제 콘텐츠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이 불가능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세종시도 앞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미션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주인공 이단 헌트가 온갖 음모와 반전을 딛고 임무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처럼 저와 세종시 공직자, 그리고 시민들께서 미션 임파서블의 한 팀이 되어 불가능을 가능으로, 그리고 성공으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미션 임파서블 영화는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서스펜스, 좌절과 실망을 딛고 반전을 이루어 마침내 성공으로 해피엔딩을 이루어냅니다.
어쩌면 인생 자체가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일지 모릅니다.
이 험난한 세상에 살아남아 있다는 것.
어떤 사람은 산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 하지만, 저는 노력과 의지로 이루어내는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라고 생각합니다.


- 세종특별자치시장 최민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