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취임 두달 만에 '조국 사면' 속전속결…국론통합 숙제
윤미향·최강욱 등 범여권 다수 포함…'미루면 지방선거 개입 논란' 고려한 듯
지지율 하락 직면·불만 기류 촉각…광복절·국민임명식 행사 통합메시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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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의안 심의 준비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안 심의에 앞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2025.8.11 hihong@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고심 끝에 '논란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조기 특별사면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지지층 다수의 요구와 국정동력 확보를 위한 범여권 통합 등의 효과를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간을 끌수록 오히려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단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중도층은 물론 지지층 내부 여론에서도 다소의 균열이 감지되고 있어, 국론 분열이 재발하지 않도록 빠른 봉합을 위한 지도력 발휘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11일 오후 국무회의를 열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을 확정했다.
국무회의 의결로 조 전 대표와 정경심 전 교수, 윤미향·최강욱 전 의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다수의 정치인이 사면됐다.
광복절 특사 준비 작업이 막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조 전 대표 등을 사면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조국혁신당을 비롯해 조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윤석열 검찰'에 대한 문제의식이 깊은 이 대통령이 곧바로 사면에 나서 주리란 기대를 품었다.
반면 새 정부가 완전한 틀을 갖추기도 전에 진영 간 극명한 논란의 중심에 선 인사에 대한 사면이 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았다.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이번 사면 대상이 된 인사 상당수가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데, 이 대통령이 그간 당내 친문 인사들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둬 왔다는 시선도 이런 예상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정치권의 이런 조심스러운 예상을 벗어나 상대적으로 큰 폭의 정치인 사면을 단행했다.
애초 12일로 예상됐던 국무회의를 하루 앞당겨 연 것 역시 사실상 결심을 굳힌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는 이 대통령 특유의 좌고우면 없는 '정면 돌파'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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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회의 참석하는 조국혁신당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조국혁신당 차규근 최고위원 등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8.11 pdj6635@yna.co.kr
같은 맥락에서 이런 결정의 배경에도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논란이라면 일찍 털고 가는 게 낫다'는 판단이 깔렸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개혁론을 공유하는 지지층 내에 조 전 대표 사면 여론이 형성돼 있는 데다 시민사회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사면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이 대통령으로서는 사면 요구 자체를 계속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광복절 특사를 넘긴다면 연말 성탄절 혹은 신년특사에서 같은 안건을 다뤄야 하는데, 이 경우 자칫 내년 지방선거 개입 논란으로까지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인식도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임기 초 권력기관 개혁 등을 추진할 국정 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와 조기 대선에서 지지를 보낸 범여권 세력의 '청구서' 계산을 마치고 '헌법 수호 세력'의 통합 및 확장과 협조를 요구할 명분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사면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불필요한 논란은 최소화하면서 여권 통합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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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안 심의 전 안경 바꿔 쓰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개회 선언 뒤 의안 심의에 앞서 안경을 바꿔 쓰고 있다. 2025.8.11 hihong@yna.co.kr
다만 우려했던 대로 역효과도 가시화하고 있어 대통령실은 여론 추이를 주시하는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8일 전국 18세 이상 2천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56.5%로 6.8%포인트 떨어졌다.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급락한 원인 중에는 조 전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의 사면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리얼미터 측의 분석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여전히 조 전 장관 등에 대해 품고 있는 '불공정', '내로남불' 정서가 이 대통령의 국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지지층 내 일부 조 전 대표 사면 반대론자 가운데서는 불만을 토로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사면 이후의 중도·보수층 여론을 달래고 내부 지지층의 분열을 막는 '이중의 통합'이 향후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금주 중 이어지는 80주년 광복절 행사, 치르지 못한 취임식을 갈음하는 국민 임명식 행사 등을 계기로 설득력 있는 '통합의 메시지'를 내놓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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