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검찰, 아베 살해범에 무기징역 구형…"법치국가서 용납 안돼"(종합)
변호인은 '징역 20년 이하' 주장…범인 모친 통일교 헌금과 범행 연관성 쟁점

법원, '헌금 반환 요구 안한다' 신자 각서 첫 무효 판단…통일교에 배상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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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전 총리 살해 직후 체포된 야마가미 데쓰야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검찰이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야마가미 데쓰야(45)에게 18일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혼슈 서부 나라현 나라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대낮에 사람들 앞에서 옛 총리를 죽이는 전후(戰後) 역사에 전례 없는 중대한 사례로,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초래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야마가미에게 전과가 없다는 점과 과거 현직 정치인이 살해된 사건의 판결 내용을 설명한 뒤 "특정 단체에 손해를 주기 위해 (정치인 등을) 살해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는 절대로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야마가미 변호인 측은 "비참한 환경이 범행 동기"라면서 징역 20년 이하의 형벌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야마가미는 2022년 7월 나라현 나라시에서 선거 유세 중이던 아베 전 총리에게 접근해 총을 발사했고, 아베 전 총리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살인죄 등으로 기소된 야마가미는 앞선 공판에서 범행 사실을 인정했고 유족에 대해 "저도 육친을 잃은 경험이 있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매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번 공판에서 주요 쟁점은 야마가미 모친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 관련 활동에 빠져 고액 헌금을 한 것 등이 범행에 미친 영향이었다.

변호인 측은 가정연합이 야마가미 성격과 행동, 그의 가족 등에 악영향을 끼쳤고 그가 복수심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러한 사정이 양형에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야마가미가 인생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은 이유를 교단에서 찾으며 원한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불우한 성장 과정이 형량을 줄일 이유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도 "피고인이 불우하게 자랐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선악을 판단할 수 있는 40대 남성이라는 점에서 정상 참작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마가미 모친은 지난 공판에 출석해 "헌금하면 가정이 좋아질 것으로 믿었다"고 증언했으나, 야마가미 여동생은 "교단 탓에 가정이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아베 전 총리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는 이날 법원에 나오지 않았으나, 변호인이 대독한 진술에서 야마가미를 향해 "자신이 한 일을 정면에서 받아들이고 확실히 속죄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야마가미는 판사가 최종 진술을 할 것인지 묻자 고개를 두 차례 저으며 "없다"라고 답했다. 1심 선고 기일은 내년 1월 21일이다.

한편, 도쿄고등재판소(고등법원)는 가정연합 측에 헌금한 뒤 '돈을 돌려 달라고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던 옛 신자의 유족이 교단에 배상을 요구한 소송에서 헌금의 위법성을 인정해 약 6천400만엔(약 6억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NHK에 따르면 4년 전 사망한 옛 가정연합 신자는 2005∼2010년에 1억엔(약 9억5천만원) 이상을 헌금했고 2015년 헌금 반환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하고 날인했다.

이 소송에서 1심과 2심 법원은 유족의 배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는 옛 신자가 각서 제출 시점에서 6개월이 지난 뒤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에 주목해 고등재판소가 심리를 다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도쿄고등재판소는 이날 "헌금 권유는 사회 통념상 타당한 범위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이 정한 배상액은 유족이 청구한 금액인 약 6천500만엔(약 6억1천600만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가정연합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판결 내용을 자세히 조사하고 향후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NHK는 "옛 통일교와 관련해 각서를 무효로 보고 헌금 권유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첫 판결"이라며 헌금에 대한 손해 배상을 바라는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설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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