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시위 격화…트럼프 개입 경고 속 신정체제 존망 위기
강경진압에도 '들불'…트럼프 "시위대 쏘면 미국도 쏜다" 통첩

하메네이 "안 물러선다"…인권단체, 시위자 60여명 피살 주장

야권인사, 미국 개입 촉구…영·프·독 정상, 이란당국에 자제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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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지난해 말 경제난으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이란 당국이 전국에 인터넷을 차단하고 강경 진압에 나서고 있지만 분노한 민심이 신정일치 체제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로 향하면서 체제 존속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시위대와 당국의 유혈 충돌로 사상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이란 정권의 위기가 심화하는 모양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수도 테헤란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이날까지 13일째 이어졌다.

리얄화 가치 폭락과 물가 폭등에 상인들이 거리로 나오면서 시작된 시위는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합류하면서 전국으로 확산했다.

AFP는 이번 시위가 지난 2022∼2023년 이어진 '히잡 반대 시위' 이후 최대 규모라고 짚었다.

수도 테헤란에 모여든 시위대는 냄비를 두드리며 "하메네이에게 죽음을"과 같은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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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테헤란 [로이터 연합뉴스.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축출된 팔레비 왕조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신정일치 체제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저격하는 이런 구호는 그간 이란에서는 금기로 통했다.

생활고에서 시작된 시위가 정권교체 요구로까지 번지고 있는 셈이다.

당국은 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인터넷 차단 조치 등으로 맞섰지만 들불처럼 번지는 시위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시위대는 거리를 가득 메우고 행진했으며 이슬람사원에 불을 지르고 환호하기도 했다.

북부 타브리즈, 동부의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 등에서도 대규모 인파가 모였다.

노르웨이 단체 이란인권(IHR)은 이날까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시위로 어린이 9명을 포함해 51명이 숨졌고 수백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미국에 기반한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지금까지 시민과 군경을 합쳐 모두 62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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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AFP 연합뉴스. 하메네이 사무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지난 3일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며 강경 진압을 시사했던 하메네이는 이날 다시 한번 국영방송을 통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그는 시위를 미국 대통령을 기쁘게 하려는 파괴자들의 탓으로 돌리며 "이슬람 공화국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는 역사를 보면 오만한 통치자들이 교만이 극에 달했을 때 전복됐다며 자국 내 문제에나 집중하라고 일갈했다.

트럼프 정부도 "전복될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 사태에 개입할 수 있음을 지속해서 경고하고 있다.

그는 이란 지도부가 '큰 곤경'(big trouble)에 봉착해있다고 지적하며 "과거처럼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한다면 우리가 개입할 것"이라며 말했다.

개입 형태에 관해서는 "지상군 투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들에게 가장 아픈 곳을 매우 강력하게 타격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단지 이란의 시위대가 안전하기를 바란다"면서 "난 이란의 지도자들에게 '(시위대를) 쏘기 시작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도 쏘기 시작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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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하메네이가 이란을 떠나려고 할 수도 있다고도 주장했다.

WSJ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축출 이후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개입 경고를 가벼이 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미국 대통령이 어디까지 행동을 취할 수 있는지에 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팔레비 왕조 마지막 샤(국왕)의 아들 레자 팔레비도 미국이 나서서 시위대를 도와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는 SNS를 통해 "이란 국민을 돕기 위해 개입할 준비를 해달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개입을 요청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는 이란 당국이 인터넷을 차단한 것이 "학살을 준비하는 중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는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프랑스, 영국, 독일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이란 당국의 자제를 촉구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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