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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大三合六’과 ‘生七八九’- 하도낙서의 전환 공식
구고 편집위원
상경上經과 마찬가지로 중경中經도 천지인이 각각 둘로 나뉘어 작용한다는 3수의 틀을 고수하고 있다. ‘천이삼天二三, 지이삼地二三, 인이삼人二三’이 바로 그것이다. 다만 앞에 나왔던 ‘천일일天一一, 지일이地一二, 인일삼人一三’에 공통으로 제시된 1이 본체 또는 일자一者라면, ‘천이삼天二三, 지이삼地二三, 인이삼人二三’에 공통으로 나타난 2는 본체 1의 작용을 뜻한다.
3이 천지인을 형성하는 기본 틀이라면, 2는 하늘에서는 음양으로, 땅에서는 강유로, 인간으로는 인의로 나뉘어 만물을 생성 변화시킨다. 중요한 사실은 우주의 본체[一]가 음양으로 분화한 다음에[二] 다시 인간이 참여하는 경계에 이르러야[三] 비로소 천지인의 조화 틀을 갖추고 역사 현실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천지인이 각각 상반되는 두 힘(음양, 강유, 인의)의 조화로 인해 만물이 생성된다.
이처럼 중경은 상경에서 얘기한 형이상학의 이념에 의거하여 본체가 ‘1→2→3’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작용의 세계로 접어든다고 언급하고 있다.
“천지인 큰 3수가 합해 6수 되니 생장성 7․8․9를 생함이네. 우주는 3과 4로 운행하고 5와 7로 순환하네.[大三合六, 生七八九, 運三四, 成環五七.]”
여기서 말하는 3수와 6수는 무엇인가? 보통 천지인의 작용이 시공에 전개되는 양상을 수로는 6이라고 규정한다. 이는 『주역』의 권위에 빌려 6효의 구성을 말한 것에 불과하다. 천지인에 음양을 둘로 곱해 ‘3×2=6’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3재가 으뜸가는 주체라면, 음양 2수는 둘째가는 작용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크나큰, 크다’는 의미의 ‘대大’는 무엇일까? 과연 『주역』에서 말하는 ‘3×2’의 계산에 의해 생긴 ‘6’이라는 숫자인가? 단순히 ‘위대하다’는 의미의 감탄사 혹은 ‘크나큰, 크다’는 의미의 수식어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자연의 근본적 변화가 위대(거대)하다[大]’는 의미는 아닐까? 혹시 시공의 혁명을 일으키는 사건이 위대하다(크다)는 수의 법칙을 지적한 것은 아닐까? 그것은 낙서 5와 하도 6의 위상이 간접 증명한다. 하도와 낙서의 도상은 5와 6의 전환을 시각적으로 알기 쉽게 전해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도와 낙서의 진행 방향
위 도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낙서의 중심이 5인 반면에, 하도의 중심은 6이다. 6은 『천부경』 81자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하도의 광대한 프로그램 속에 낙서의 이치를 은밀하게 함축한 ‘일적십거一積十鉅’의 핵심을 의미한다.
『정역』은 선천이 5토 중심의 세상이라면, 앞으로 다가올 후천은 10토 중심의 세상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선천의 천지비天地否(䷋)가 후천의 지천태地天泰(䷊)로 바뀐다는 것은 곧 남성과 여성, 군자와 소인 등 온갖 가치를 역전시켜 자연과 문명과 역사 전체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아주 크나큰[大]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천부경』은 “천지인 큰 3수가 합해 6수 되니 생장성 7․8․9를 생함이네. 우주는 3과 4로 운행하고 5와 7로 순환하네.[大三合六, 生七八九, 運三四, 成環五七.]”라고 말하여 낙서의 중심 5에서 하도의 중심 6으로 바뀌는 사건은 ‘7․8․9’ 공식에 의해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그러면 ‘7․8․9’를 낙서와 하도의 체계로 나누어 살피보자. 낙서 9수는 하도 10수를 지향한다. 그것은 낙서의 극한을 상징하는 9에 각각 7, 8, 9를 곱하는 셈법으로 귀결된다. 한마디로 (9×7=63) + (9×8=72) + (9×9=81) = 216이 성립한다. 선천의 막바지를 상징하는 건괘乾卦 216을 넘어서면 곤괘坤卦 144의 세계로 진입하는 이치와 똑같다. 낙서가 ‘7․8․9’의 길을 걷는다면, 하도는 낙서와는 거꾸로 ‘9․8․7’의 길을 걷는다. 즉 9×9=81은 김일부가 밝힌 375도度 원력原曆이요, 9×8=72는 1년 366일 요堯임금의 윤력閏曆이요, 9×7=63은 1년 365¼일 순舜임금의 윤력閏曆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세상은 ‘원력 375도→윤력(366/365¼)→정력正曆(360)’의 3단계[運三], 혹은 원력 375도→윤력 366일→윤력 365¼일→정력 360일의 4단계[運四]로 돌아간다고 표현한 것이다. 『정역』의 입장에서 보면 81은 하도의 출발점인 동시에 낙서의 종착점을 뜻한다. 81 수에는 과거와 미래를 통틀어 하도와 낙서의 소통과 통일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겠다. 그래서 『천부경』은 3과 4의 운행을 거치면서 우주는 5와 7로 변화와 순환 운동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영국의 중국학자 조셉 니덤(Joseph Needham: 1900-1995)은 고대의 각종 문자를 수집하여 비교 검토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고대에는 글자 ‘칠七’을 ‘십十’과 거의 동일한 형태로 사용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혹시 이 세상은 (선천) 5토와 (후천) 10토로 돌아가면서 1부터 쌓이기 시작해 10으로 활짝 열리는 이치[一積十鉅]를 안배한 것이라고 짐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