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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나오는 말

구고 편집위원

동북 아시아 문명의 뿌리인 환국-배달-단군조선에서 꽃핀 문화의 실체와 성격은 무엇인가? 그 실마리는 『천부경』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수의 원리로 우주론의 핵심을 밝힌 『천부경』은 81 자로 구성되었는데, 그 중에서 무려 31 자가 수數이다. 『천부경』은 9×9=81이라는 공식을 통해 만물의 생성 원리를 밝혔으며, 『정역』도 시공의 근본적 전환 문제를 9×9=81로 기초 삼아 시간의 역사와 생명의 진화를 해명하였다.

이 글은 만물의 생성 패턴을 법칙화한 ‘일적십거一積十鉅’가 하도와 낙서를 융합한 이치라는 전제에서 출발하였다. ‘일적십거’의 수리에는 81의 근거가 내포되어 있다. 『천부경』 81자의 구성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흔히 판본학을 중시하는 『천부경』 연구자들은 노자 『도덕경道德經』의 81장,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소문素問”과 “영추靈樞” 81편을 비롯하여 양웅揚雄(BCE 53-ADE 18)의 『태현경太玄經』 역시 81장이라는 문화사적인 공감대에 의존하는 전통이 있다. 이를 넒은 의미에서는 긍정할 수도 있으나, 수학적 필연성 또는 명확한 객관적 근거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천부경』 81자의 형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천부경』에 입문하는 길은 다양하지만, 그 최고의 코드는 하도낙서일 것이다. 『천부경』은 비록 하도낙서를 직접 언급한 바 없으나, 그 근저에 9수 낙서와 10수 하도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천부경』과 『정역』의 공통점은 하도낙서에 있으며, 더욱이 하도낙서가 『천부경』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설득력이 있다. 하도낙서에 접근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괘의 구성 법칙 즉 하도에 근거해 복희팔괘도가, 낙서에 근거해 문왕팔괘도로 발전한 『주역』 문화가 있다. 다른 하나는 만물의 구성 문제를 비롯하여 시공 운행의 목적과 그 과정을 수의 패턴으로 밝힌 『정역』이 있다. 『천부경』은 원래부터 『주역』과 『정역』이 출현할 수 있도록 자양분을 제공하는 수의 원리가 내재되어 있는 까닭에 『천부경』이 수학 원전으로 불리는 것은 옳다.

앞에서 조셉 니덤이 고대의 각종 숫자를 표시하는 문자를 조사하고 비교한 결과를 발표한 내용처럼, ‘성환오칠成環五七’의 칠七이 십十과 비슷한 형태와 뜻의 글자라면 『천부경』과 『정역』의 사유는 거의 똑같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정역』의 선후천 전환의 논리는 『천부경』의 ‘용변부동본’에 뿌리를 두었다고도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사유는 이웃나라 중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찾을 수 없는 한민족 고유의 철학이다. 따라서 『천부경』은 철학과 수학을 통틀어 인류문화의 원형은 물론 미래학의 초석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다. 한국인의 유전자와 핏줄을 갖고 태어난 김일부가 『천부경』을 읽었다는 기록은 없다. 그럼에도 『정역』의 각종 방정식에서 『천부경』의 흔적과 숨결이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천부경』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서인 동시에 가장 짧은 글귀로 이루어진 경전이다. 그리고 우주의 구성에 대한 하늘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숭고한 뜻과 함께 인간 삶의 목적 등 무궁무진한 지혜가 담겨 있다.

우리는 『천부경』의 가르침을 통해 『환단고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넓혀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또한 한민족 신교문화의 정신을 바탕으로 『천부경』의 진면모에 접근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일 것이다. 지구촌 인류는 『천부경』의 수리철학에 함축된 가치를 삶의 지혜로 승화시킬 책임과 의무가 있다. 특별히 하늘의 뜻[天符]이야말로 자아 완성의 목표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여는 막중한 과업[弘益人間]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며, 그것이 곧 가장 바람직한 인간의 길이라는 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경전류

• 『桓檀古記』

• 『道典』

• 『周髀算經』

• 『周易』

• 『正易』

• 『中庸』

• 『易學啓蒙』

• 『洪範皇極內篇』

저서류

• 김계홍, 『천부경과 우주변화』(서울: 가나출판사, 1988)

• 김동환, 『국학이란 무엇인가』(서울: ᄒᆞᆫ뿌리, 2001)

• 김성환, 『우주의 정오』(서울: 소나무, 2016)

• 김용규, 『생각의 시대』(서울: 살림, 2016)

• 마이클 슈나이더 지음/이충호 옮김, 『자연, 예술, 과학의 수학적 원형』(서울: 경문사, 2002)

• 박경미, 『수학 콘서트』(서울: 동아시아, 2018)

• 안경전, 『증산도의 진리』(대전: 상생출판, 2014)

• 양재학, 『단군왕검의 국가통치법- 홍범사상』(대전: 상생출판, 2020)

• 이광연,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서울: 한국문학사, 2014)

• 이근철, 『천부경 철학 연구』(서울: 모시는 사람들, 2011)

• 조셉 니덤 지음/콜린 로넌 축약/이면우 옮김, 『중국의 과학과 문명- 수학, 하늘과 땅 의 과학, 물리학』(서울: 까치, 2000)

• 최민자, 『천부경, 삼일신고, 참전계경』(서울: 모시는 사람들, 2005)

• 황경선, 『천부경과 신교사상』(대전: 상생출판, 2014)

논문류

• 노종상, 「“천부경”의 유래와 초기 전승」『우주의 교향곡』(대전: 상생출판, 2019)

• 노종상, 「“환단고기” 위서론 비판」『세계환단학회지』6권2호(세계환단학회, 2019)

• 박영호, 「“천부경” 우리말 옮김 및 풀이」『천부경 연구』(법인창립 8주년 기념 천부경학 술대회 자료집, 한배달, 1994)

• 양재학, 「조선말 김항 정역사상의 역학사적 의의」『선도문화』 22권(국제뇌교육종합대학 원대학교, 2017)

• 윤창열, 「원방각의 철학적 의미와 원방각 문화」『세계환단학회지』6권2호(세계환단학회, 2019)

• 이준우, 「“천부경” 정해」『천부경 연구』(법인창립 8주년 기념 천부경학술대회 자료집, 한배달, 1994)

• 이희태, 「“천부경”의 환역과 과학철학」『천부경 연구』(법인창립 8주년 기념 천부경학술 대회 자료집, 한배달, 1994)

• 주위에리, 「天符의 자의에 대한 해석」『선도문화』 4권(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2008)

• K.C. 콜 지음/김희봉 옮김, 『우주의 구멍』(서울: 해냄,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