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대 피해자에 2억원 국가배상 판결…대법서 확정
정부 '소멸시효' 주장…법원 "2022년 긴급조치 배상 판결 때까지 시효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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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발신지=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사회정화'를 명분으로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인권이 유린당한 이들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삼청교육대 수용자 최모 씨에게 정부가 2억원을 배상하도록 명령한 원심판결을 지난 17일 확정했다.
최씨는 1980년 8월 경찰에 의해 삼청교육대에 넘겨진 뒤 보호감호 처분을 받아 1983년 6월까지 청송감호소에 수용됐다.
최씨는 이로 인해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2023년 7월 국가를 상대로 3억4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법원은 최씨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정부가 2억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정부 측은 법정에서 최씨의 청구가 민법상 소멸시효 3년을 넘겼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소멸시효란 손해배상 등 청구권의 행사 가능 기간을 제한한 법률상 규정이다.
그러나 2심 법원은 과거 군부 정권의 긴급조치로 입은 피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온 2022년 8월까지는 배상 가능성이 없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정지됐다고 보는 것이 맞고, 최씨의 소송은 2022년 8월로부터 3년 이내에 제기됐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봤다.
정부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2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위반 등 잘못이 없다고 보고 간이한 방식으로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을 확정했다.
삼청교육대 사건은 1980년 전두환 정권이 계엄 포고 제13호에 의해 군부대에 삼청교육대를 설치하고 약 4만명을 수용해 순화 교육, 근로봉사 등을 시키며 대규모 인권 침해를 자행한 사건이다.
수용된 이들 중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분류된 7천500여명은 사회보호법 부칙 제5조 1항에 따라 최장 40개월까지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다.
보호감호 처분이 내려진 이들은 군부대에 계속 수용돼 사회와 격리된 채 근로봉사, 순화 교육을 명목으로 노역하면서 인권이 침해되는 불이익을 겪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022년 6월 삼청교육대 사건을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발생한 대규모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후 정부를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소송이 대거 이어졌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도 지난 24일 강모 씨 등 12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총 14억6천여만원을 배상하도록 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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