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라산 덕봉사지 마애여래입상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덕전리에 위치한 고려시대 마애여래입상이 통일신라 불상의 전통 양식을 계승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불상은 자연암벽을 이용해 제작된 높이 5.8미터의 마애불로, 광배와 불신, 대좌를 모두 갖춘 대형 거불이다. 제작 시기는 고려 전기로 추정된다. 불상은 1963년 1월 21일 보물 제375호로 지정되었으며, 2021년 문화재청 고시에 따라 기존 지정번호는 폐지되었다.

광배는 배 모양의 주형거신광 형태로, 두광과 신광을 두 줄의 양각선으로 표현했다. 그 외곽에는 불꽃무늬를, 안쪽에는 연주문과 연꽃무늬를 정교하게 새겼다.

불상의 얼굴은 단정하면서도 강건한 인상을 주며, 나발과 육계, 긴 귀, 삼도 등의 표현은 전통 불상의 형식을 따른다. 양 어깨에는 통견식 승복이 걸쳐져 있으며, 가슴 앞에서 옷자락이 한 번 반전된 형식이다. 이는 인도에서 유래해 중국을 거쳐 신라 조각에 유입된 전형적인 착의 양식이다.

지라산 덕봉사지 마애여래입상


배 아래로는 U자형 옷주름이 5줄 표현되어 있고, 다리에는 Y자형 옷주름이 새겨져 있다. 이러한 요소는 ‘우다야나왕식’으로 불리며, 통일신라 후기 불상에서 보이는 특징이다.

양손은 몸체에 비해 매우 작게 조각되었는데, 왼손은 설법인을, 오른손은 자연스럽게 허벅지 옆으로 늘어뜨린 형식이다. 이는 조형 과정에서 비례를 고려하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연화대좌는 윗면에 연꽃잎을 위로 향하게 표현하였으며, 하부에는 석탑 기단과 유사하게 우주와 탱주를 새겼다. 전체적인 구성은 통일신라 조각 양식을 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불상이 인근 지역의 통일신라 말기 석조불상들과 유사점을 보인다고 분석한다. 특히 거창 양평리 석조여래입상, 감산사 석조아미타여래입상 등과의 양식적 유사성이 두드러진다.

지라산 덕봉사지 마애여래입상


불상 조각의 형식성과 단순화, 신체 비례의 불균형은 고려 시기 불상 조각의 과도기를 반영하는 요소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마애불은 통일신라 불상의 조형미와 불교 조각 전통의 맥을 이어간 중요한 유산으로 평가된다.

함양 덕전리 마애여래입상은 불교 조각사와 미술사적 측면에서 가치가 높으며, 향후 학술적 연구와 보존이 더욱 요구되는 문화유산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