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한 정원 속 수행의 향기, 산청 수선사를 찾아서


지리산 능선 아래, 번화한 산청읍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진 사찰이 있다. 소박하면서도 정결한 분위기, 자연의 흐름에 순응한 정원과 연못, 그리고 조용한 수행의 기운이 감도는 이곳은 바로 산청 수선사(守善寺)이다.

수선사는 전통적인 사찰의 위엄보다는, 한 사람의 손끝으로 빚어진 공간의 미학과 수행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장소다. 1993년, 주지 여경 스님이 다랭이논을 구입하고 돌과 물로 터를 다지며 시작한 사찰은, 지금으로부터 약 30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여전히 '진행 중인 정원'이다.

조용한 시작, 수행의 공간이 되다

수선사의 첫인상은 매우 독특하다. 일반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위압적인 일주문 대신, 이곳에는 ‘如如門(여여문)’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이는 “있는 그대로의 마음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의미를 담은 수행적 상징이다. 경계의 문이면서도 이미 문이 아닌 듯한 그 출입구를 지나면, 곧 연못과 정원, 그리고 극락보전이 조화를 이루는 아담한 절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음을 닮은 연못, 정성을 담은 정원

수선사의 상징은 단연 연못과 그 위에 놓인 나무 다리(목책교)다. 연못은 인공의 흔적 없이, 원래 논에서 나온 돌과 자연수로 조성되었다. 연못의 형상은 ‘마음 심(心)’ 자를 본떠 설계되었으며, 흐름과 정체, 생명과 침묵이 하나로 엮여 있는 듯하다.

매달 한 번씩 사찰순례를 가는... 옥천 대현사 대공 스님 집전으로...향수회 보살님들과 함께 법회를 보는 세종 구룡사 불자들... 손철준 거사님, 승금보살님, 형숙보살님, 진옥보살님, 그리고 나 _정숙보살~^^


다리의 이름은 ‘시절인연(時節因緣)’. 인연에는 때가 있다는 불교의 깊은 의미가 이 다리 위를 걷는 이들의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연꽃이 만발한 연못을 지나면, 연지 옆으로 자리한 3층 건물이 보인다. 이곳은 1~2층이 템플스테이 공간이며, 3층은 ‘커피와 꽃자리’라는 이름의 옥상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사찰 경내는 마치 한 채의 정원 같다. 오죽, 소나무, 수국, 잣나무 등이 각각의 자리를 지키며 주변과 어울린다. 특히 극락보전 앞마당의 정원은 마치 선묵화의 한 장면처럼 정갈하다. 탑과 잔디, 작은 연못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수행자와 방문객의 마음을 고요히 만든다.

스님의 손으로 지은 사찰

수선사는 건물 하나하나, 조경의 작은 흐름 하나까지도 모두 여경 스님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스님은 출가 전 기업에서 근무하며 세속의 삶을 살아봤고, 결국 수행의 길을 택해 순천 송광사에서 4년간 강원을 이수하고 불문에 귀의했다.

이후 1992년, 우연히 인연이 닿아 지금의 수선사 터를 얻게 되었고, 이듬해 논을 사들여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당시 재정이 넉넉지 않았기에 모든 공사는 직접 설계하고 현장을 감독하며 이뤄졌다. 법당인 극락보전은 단 16평 규모로, 스님의 출가처인 송광사가 국사 16인을 배출했다는 상징에 따라 지어졌다고 한다.

전통을 새롭게 엮어가는 ‘현대 사찰’

수선사는 전통 사찰의 구조와 틀을 따르되, 현대의 감성과 기능을 조화롭게 융합한 사찰이다. 콘크리트 공법으로 지은 개방형 화장실, 템플스테이를 위한 현대식 건물, 카페 등은 절집이 반드시 옛 형식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는 실험적 메시지를 던진다.

정갈한 정원 속 수행의 향기, 산청 수선사를 찾아서


사찰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언택트 여행지’이기도 하다. 조용한 쉼과 사색을 원하는 이들에게 수선사는 이상적인 목적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차장에서부터 연못과 정원을 지나 극락보전까지 이어지는 동선은 도심에서 벗어난 순례자에게 마치 한 편의 명상과도 같은 여정을 제공한다.

절집은 수행의 그릇이자, 마음의 정원

수선사의 특징은 사찰의 구조나 규모가 아니다. 이곳의 본질은 '절을 짓는 일 자체가 수행'이라는 철학이다. 여경 스님은 날마다 정원을 손질하고 잡초를 뽑는다. 이 행위는 단순한 환경 정비가 아니라, 마음을 가꾸는 일이다.


스님은 말한다. “잡초를 뽑는 건, 내 안의 쓸데없는 생각을 버리는 수행입니다.” 이처럼 수선사는 공간 전체가 수행의 도량이자 실천의 장으로 작동한다.

사찰은 시대를 담는다

수선사는 전통을 바탕으로 하되, 현대인의 감성에 맞는 사찰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종교적 기능과 동시에 문화 공간, 힐링 공간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경 스님은 앞으로도 산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가꾸고 싶은 포부를 밝히며, “사찰도 시대와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산청 수선사는 오늘도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며, 오는 이들의 마음을 정화하고, 삶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 같은 공간이 되어준다.

정갈한 정원 속 수행의 향기, 산청 수선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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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한 정원 속 수행의 향기, 산청 수선사를 찾아서

수선사에서 법회를 보는 향수회 불자님들과 세종 구룡사 불지님들.....수선사 주지 여경스님의 설법도 듣고....

정갈한 정원 속 수행의 향기, 산청 수선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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