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정원 속 비밀의 길, 남양주 백월산 금선사 순례기... 사진은 고영섭 동국대 교수님이 촬영하였습니다. 이하 같음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백월산 중턱, 숨죽인 듯 나무 사이에 자리한 금선사(金禪寺)는 절이라기보다는 ‘잘 다듬어진 정원을 걷는 듯한’ 명상 공간이다. 입구에서 마주하는 정갈한 숲길, 은은한 고즈넉함이 방문자에게 여유로움을 선사했다.
첫인상부터 다른 사찰, ‘비단이 아닌 나무’ 일주문
절로 들어서는 길은 좁아 쉽게 지나치기 쉽다. 입구를 지나면 음식점 몇 곳과 함께 비로소 일주문이 나타난다. 단청 없이 나무 본연의 색을 드러낸 일주문은 일반적인 사찰의 화려함 대신 겸허함을 전한다.
지그재그 오름길, 마치 등산로 같은 숲속 여정
주차장을 지나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오르면, 숲속의 태연한 풍경이 펼쳐진다. 돌담 위의 다육이들, 정교한 돌탑, 초록 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조화를 이루며, 한 걸음 한 걸음이 ‘정토로(淨土路)’ 같은 느낌을 준다.
천왕문 너머, 감성적인 건축과 풍경의 조화
천왕문은 28개의 띠로 욕계·색계·무색계를 상징하는 조형미를 담았다. 연못과 징검다리가 조화를 이룬 풍경은 젊은 방문자들의 인기 포토 스폿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산책로, 돌탑군, 정성 들여 관리된 잔디정원과 조형물들은 마치 정원을 거니는 듯한 감성을 자아낸다.
불모보살 얼굴, 용조각, 김교각지장왕전까지… 예술의 잔상들
굴곡진 언덕길을 따라불모보살 얼굴 모양 바위, 용을 형상화한 돌조각, 김교각지장왕을 모신 전각 등 다채로운 예술 요소가 숲속 곳곳에 숨어 있다. 이 모든 것은 금선사를 단순 사찰이 아닌, 자연과 조형 예술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재해석하게 했다.
대원본전의 수수한 매력
단청 없는 나무 그대로의 대원본전과 대각금선, 삼성각은 소박한 미덕을 담아내고 있었다. 불모보살을 배경으로 한 언덕길, 연못가의 약사전과 그 주변 경관은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명장면이었다.
찻집과 돌아가는 길의 여운
언덕을 내려오다 찻집에 들러 냉오미자차를 한 잔. “자만과 번뇌를 끊어버린 사람은 신들까지도 그를 부러워한다”는 글귀가 잔잔하게 마음에 닿았다. 배수로는 돼지코 모양의 아기자기한 디자인이었고, 주차장 아래로 펼쳐진 북한강 풍광은 복귀할 때까지 향기처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