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도량으로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 내부 뒷벽에 난 작은 창을 통해 부처님 진신사리 봉안처를 향해 예경한다.

" 보이지 않는 부처님을 예경하는 자리"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 조선후기에 창건된 이 건물은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 내부 뒷벽의 작은 창을 통해, 어딘가 땅속에 봉안되어 있을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예경하는 형식이다. 자장율사가 신라로 귀국하며 모셔온 정골과 불사리 백과가 이곳에 안치되었다는 전승은, 사리의 위치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채 전해져 더욱 신비감을 더한다.

오대산 깊은 품, 상원사를 지나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하늘과 맞닿은 듯한 고즈넉한 공간이 열린다. 바로 조선후기에 창건되어 2018년 보물로 지정된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이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익공계 팔작지붕을 이고 서 있는 이 건물은 다른 법당과 달리 불상이 없다. 이곳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적멸보궁’이기 때문이다.

보물 제1995호 평창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 내부...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한 곳


한국의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인 이곳은 통도사·봉정암·법흥사·정암사와 함께, 신라 자장율사가 귀국하며 부처님의 정골과 불사리 백과를 봉안하여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다른 보궁들이 사리의 위치가 분명한 반면, 오대산 적멸보궁은 사리가 어디에 모셔져 있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이 ‘보이지 않음’이 오히려 신비와 경외를 더한다.

참배객은 다른 일반 사참의 법당 상단에 모셔진 불상 대신 뒷벽에 난 작은 창을 통해 사리 봉안처가 있을 법한 뒷산 어딘가를 향해 합장한다. 목전의 형상이 아니라 마음속 부처님을 예경하는 순간, 법당 안에는 고요한 숨소리만이 머문다.

부처님, 부처님, 우리 부처님... 이 땅에 와주셔서 고맙고, 고맙습니다...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 건물은 외부 널빤지 벽과 청기와 지붕, 용마루 위의 용두 장식이 간결하면서도 위엄을 드러낸다. 평면 구성은 고대 금당의 내·외진 이중 형식을 연상시키며, 외부의 이익공과 내부의 2출목 다포 구조가 대비를 이룬다. 건물 뒤편에는 높이 84㎝의 지붕석을 인 비석이 서 있고, 그 면에는 5층 목탑이 부조되어 있다. 이는 사리탑의 상징물로, 이곳이 곧 부처님의 사리 세계임을 알린다.

적멸보궁 아래에는 사자암이 자리한다. 보궁의 관리와 예불을 맡아온 노전승의 거처이자, 참배객이 숨을 고르는 중간 기착지다. 사자암 마당에서 바라본 중대의 능선은 구름에 가려졌다 드러나기를 반복하며, 신령스러운 장엄을 더한다.

하산길, 상원사와 월정사로 이어지는 참배 동선은 오대산 신앙의 맥을 따라 걷는 길이다. 상원사 동종의 맑은 울림이 숲속에 번지고,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의 풍경 소리가 다시 순례객의 발걸음을 맞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리를 향한 경배는, 이 길을 걸은 이의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잔향처럼 남는다.

"부처님의 가피가 온 누리에 두루 하기를 축원합니다..." _세종 구룡사 주지 성욱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