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겨눈 사법개혁 폭풍전야…전국 법원장 12일 모여 논의(종합)
법원행정처, 전국법원장회의 소집…"소속 법관 의견 수렴해달라"

'사법부 배제' 현실에 "비상한 상황"…공식입장 여부·수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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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연합뉴스TV 제공]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역대 가장 강한 강도로 평가되는 '여의도발 사법개혁' 태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대법원이 다음 주 전국 법원장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안에 대한 각급 법원 판사들의 의견을 공유하고 사법부 차원의 대응 방향이 논의될 전망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앞서 사법개혁 의제에 대한 우려 의견을 민주당에 전달한 가운데 법원 구성원의 뜻을 모아 사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낼지, 그 수위는 어떨지 주목된다. 일단 법원장회의 결과를 토대로 의견을 취합·수렴해 이른 시일 안에 정리된 의견을 내놓는 방안이 예상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천 처장 주재로 오는 12일 오후 2시 서초동 청사에서 전국 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개최한다.

그간 법원장회의에선 법원과 관련된 주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최고참 법관들이 모여 사법부의 정책 결정에 굵직한 목소리를 내왔다. 통상 법원장회의는 매년 3∼4월과 11∼12월에 한번씩 총 두 차례 열렸다. 이번 회의는 정례회의가 아닌 임시회의로, 그만큼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법부 분위기를 반영한 조처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는 지난 1일 천 처장이 법원장들에게 사법개혁안과 관련한 소속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법원장들은 이 자리에서 소속 판사들의 의견을 공유할 예정이다.

천 처장이 사법부를 배제한 사법개혁 입법 추진에 '비상한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한 만큼, 대법원이 소속 사법행정기관인 법원행정처 중심의 대처를 넘어 전체 구성원의 뜻을 모아 사법부의 공식적인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을 관장하는 대법원은 사법정책과 관련해 직접 견해를 나타내지 않고 통상 소속 사법행정기관인 행정처를 통해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사법행정을 전담하는 처장을 따로 두고 있다.

따라서 행정처장의 견해 표명은 사견을 전제로 하는 일부 사안에 대한 의견 개진 외에 중요 현안에 관해선 곧 사법부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간 행정처장이 해온 발언에 전국 판사, 법원장들의 견해까지 더해 사법부의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천 처장은 1일 오후 법원 내부망(코트넷) 법원장 커뮤니티에 올린 '사법개혁 논의와 관련해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에서 전국 법원장들을 상대로 의견 수렴을 요청하면서 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특위)에 행정처가 제시한 의견을 공유했다.

민주당 특위가 추석 전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는 ▲ 대법관 증원(14→30명) ▲ 대법관 추천 방식 개선 ▲ 법관 평가 제도 개선 ▲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의 사법개혁법안에 대해 대법원 차원에서 처음으로 입장을 정리해 내놓은 것이다.

천 처장은 대법관 수 증원과 관련해 "대법관 수를 과다하게 증가시키는 개정안은 재판연구관 인력 등 대규모 사법자원의 대법원 집중 투입으로 인해 사실심 약화의 큰 우려가 있다고 했고, 예산·시설 등의 문제도 언급했다"고 밝혔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방안에 대해선 "현재 추천위 구성상 위원들이 대법원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고, 법관평가위원회 등을 통한 법관평가제도에 대해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임을 명확히 밝혔다"고 했다.

아울러 "헌법상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의 구조를 개편하는 경우에는 법관 사회의 의견 수렴을 거쳐 사법부의 공식적인 의견이 제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천 처장은 특히 "사법부 공식 참여의 기회 없이 신속한 입법 추진이 진행되고 있어, 그간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하려는 노력을 해 왔음에도 이례적인 절차 진행이 계속되고 있는 비상한 상황"이라며 "행정처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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