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힘든데" 1년 치 임대료 면제…상생 택한 착한건물주들
청주 성안길 임대료 감면 사례 이어져…"상권 살리자" 협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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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길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경기 침체, 상권 쇠퇴로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에게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사례가 잇따라 주위를 훈훈하게 한다.
7일 청주시에 따르면 '청주의 명동'으로 불리는 성안길에 건물을 소유한 김모(56) 씨는 20년 넘게 동고동락한 임차인에게 최근 1년 치 임대료를 면제해줬다.
의류를 판매하는 이 점포의 연간 임대료는 2천만원이 넘는다.
손님들의 발길이 점점 줄자 임차인이 어렵게 임대료 감면 얘기를 꺼냈고, 김씨는 오랜 신뢰 관계를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김씨는 "오랜 세월 함께한 사람인데 요즘 경기가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때처럼 안 좋다고 해 마음이 쓰였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경기 회복이 안 되는데 상인들이 얼마나 힘들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고통을 분담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1년 치 임대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며 "대단한 일도 아닌데 알려지니 부끄럽다"고 했다.
성안길에서 임차인과의 상생을 선택한 '착한 임대인'들은 더 있다.
10년 동안 매년 임대료를 인하했다는 최모(66) 씨는 "경기가 너무 어려워 임차인 입장에선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기분일 것"이라며 "결국 임차인이 있어야 임대인도 있는 것이니 함께 상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모(39) 씨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임대료를 한 푼도 올리지 않고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세를 놓고 있다.
이씨는 "신규 상권 건물주는 건물을 지을 때 들어간 비용을 회수해야 하다 보니 월세를 높게 받아야 하지만 성안길은 원도심이라 오랫동안 건물을 소유한 사람이 많다"며 "다시 말해 수익률을 따지기보다는 임차인의 사정을 들어주려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고 전했다.
청주시는 과거 쇼핑의 중심지였나 원도심 공동화 현상 등으로 쇠락의 운명을 맞고 있는 성안길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난 2일 성안길상점가상인회(이하 상인회), 성안길 상가 건물주들과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상가 임대료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성안길 내 창업을 장려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협약에 따라 상인회는 소상공인과 청년 상인에게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고, 상가 건물주들은 적정 임대료 유지, 재계약 협조 등에 나선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성안길은 경기 침체 및 신시가지 개발 등에 따른 유동 인구 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번 협약으로 재도약의 계기가 마련됐다"며 "시는 원도심 활성화와 임대인·임차인 상생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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