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장동혁, 13일만의 첫 악수…張 "마늘·쑥 먹으며 기다려"(종합)
李대통령 '통합 넥타이'로 적극 중재…鄭 "李대통령, 하모니메이커"
李대통령, 80분간 여야 지도부 비빔밥 오찬…鄭·張과 각각 별도회동
野에 발언기회 더 준 李대통령 "공감 가는 말씀 많아"…張 "이런 게 협치"
與 향해서는 "많이 가졌으니 많이 내어주라"…鄭 "그렇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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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여야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2025.9.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유아 황윤기 오규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 이재명 대통령 초청으로 대통령실에서 만나 활짝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이 대통령은 여야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빨간색이 섞인 이른바 '통합 넥타이'를 매고 두 사람 사이를 적극적으로 중재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야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악수한 것은 장 대표가 지난달 26일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때로부터 13일 만이며, 정 대표가 지난달 2일 취임 일성으로 '내란 세력과 악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때로부터는 37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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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여야 지도부 회동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기념촬영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2025.9.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오찬은 이날 정오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10층에 마련된 연찬장에서 80분간 진행됐다.
오찬에는 각 당 비서실장과 수석대변인,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 김병욱 정무비서관이 동석했다.
이 대통령이 짙은 빨간색과 파란색, 흰색이 사선으로 교차하는 넥타이를 맨 것에 이어 강 실장도 적색과 남색 줄무늬 넥타이를 선택하는 등 대통령실은 '드레스 코드'에 신경을 쓴 듯한 모습이었다.
얼어붙은 여야 관계를 풀고 '통합의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정 대표와 민주당 참석자들은 파란색 계열을, 장 대표와 국민의힘 참석자들은 빨간색 계열을 맸다. 두 색깔 모두 각 당의 상징색이다.
국민의힘 측 참석자들은 오전 11시 55분께 먼저 입장해 우 수석과 대화하며 이 대통령을 기다렸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 및 참모들과 함께 입장한 뒤 먼저 장 대표의 손을 잡고 인사했고, 이후 정 대표에게 손짓하며 악수를 권했다. 이후 장 대표가 내민 손을 정 대표가 맞잡으면서 여야 대표 간의 악수가 성사됐다.
이 대통령은 양당 대표가 악수하자 환한 표정으로 "보기 좋다"고 말하며 격려하듯 두 사람의 등을 두드렸고, 두 사람에게 "손을 잡고 (기념사진을) 찍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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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여야 지도부 회동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이 대통령,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2025.9.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이어진 공개 회동에서도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유지됐다.
장 대표는 첫 순서로 발언을 시작하며 "정 대표님과 악수하려고 마늘과 쑥을 먹기 시작했는데, 미처 100일이 되지 않았는데 악수에 응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뼈 있는' 농담을 하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이 발언은 정 대표가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를 거부해온 상황을 빗댄 것이다.
장 대표는 약 3천자 분량의 모두발언으로 현안에 관해 의견을 개진하면서도 이 대통령을 향해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 "잘 살펴봐 줬으면 한다" 등 비교적 온화한 표현을 썼다.
정 대표는 장 대표에게 "뒤늦게나마 당선되신 것을 축하드린다"며 "다음에도 좋은 만남이 오늘처럼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이 대통령이) '하모니 메이커'(harmony maker)가 되신 것 같다. 장 대표님과 악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정 대표는 "비상계엄에 대해 책임 있는 세력은 국민께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역시 뼈 있는 말로 응수했다.
마지막 순서로 발언한 이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가진 '국민 통합'의 책임을 강조하며 정 대표에게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까 더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고, 정 대표는 "네,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장 대표를 향해서는 "대표님 말씀에 공감 가는 게 꽤 많다"며 "많이 도와주실 것 같아서 안심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끝난 뒤 "(정 대표의 발언에) 반론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것 같다"며 장 대표에게 한 번 더 공개적으로 발언할 기회를 줬다.
장 대표는 "말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이런 게 협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당과 한번 대화할 때 야당과 두 번, 세 번 대화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오찬 테이블에는 화합을 상징하는 비빔밥과 함께 배추된장국, 소고기 양념구이와 생선 요리 등 다양한 메뉴가 고루 올랐다.
이 대통령은 오찬 후에도 장 대표와 별도로 30분간 단독 회동을 소화했다.
단독 회동에선 장 대표가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선, 특검 수사,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등 현안에 대해 보다 강한 어조로 우려를 제기했고, 이 대통령은 "상생과 화합이라는 큰 차원에서 듣겠다"고 말했다고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여야 대표 회동에 앞서 오전 11시 30분께 정 대표와도 단독으로 만나 대화했고, 이 같은 사실을 장 대표에게도 설명했다.
이날 회동 분위기와 관련해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여야 공동 발표문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평가했고,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저로서는 '화기애애'라고 쓰고 싶었지만 야당 대변인의 표현대로 (공동 발표문에서는) '허심탄회'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일단 만나는 게 시작"이라며 "긍정적 회담으로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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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여야 지도부 회동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2025.9.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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