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100일] ⑦ '소통' 늘린 李대통령…격식 버리고 실용 챙겼다
국무회의도 브리핑도 생방송…'타운홀 미팅'으로 지역민심 청취

'최단기간' 30일 기자회견…언론과 '즉석 티타임'도 즐겨

(기사발신지=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취임 후 첫 100일 동안 이재명 대통령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직접 소통 행보를 자주 노출했다.

사상 첫 국무회의 생중계, 역대 가장 빠른 취임 30일 기자회견, 전례 없는 형태의 대통령 주재 타운홀 미팅 등의 사례만 보더라도 이전 대통령과는 소통 방식이 확실히 차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탈한 성격으로 허심탄회한 토론을 즐기는 이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과 '국민주권'을 내세운 새 정부의 국정 기조, 관습보다는 실제 도움이 되는 방식을 택하겠다는 실용주의 원칙이 결합한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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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권 요청하는 시민들 (부산=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5일 부산 부경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타운홀미팅 '부산의 마음을 듣다' 간담회에서 시민들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2025.7.25 xyz@yna.co.kr

◇ '역대 최초' 국무회의 생중계…장관들과 격의 없이 토론

복잡한 현안을 해결형 토론을 통해 풀어가는 이 대통령 특유의 업무 스타일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주목받기 시작했고 대통령 취임 후에도 재현됐다.

이 대통령 취임 이틀째인 6월 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국무위원들로부터 각 부처 현안에 관해 보고받으며 자유롭게 토론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회의가 3시간 30분가량 이어지는 바람에 참석자들은 김밥을 먹으며 '도시락 회의'를 해야 했을 정도다.

과거 1시간을 넘기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던 국무회의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을 반영해 국가 정책 전반을 논의하는 '토론장'으로 변모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장관으로 1년 동안 국무회의에 참석해서 발언한 분량보다 이 대통령을 모시고 2번 회의했을 때의 발언량이 더 많았다'는 전임 정부 국무위원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7월 29일에는 이 대통령의 전격적인 지시로 국무회의가 KTV 등을 통해 역대 최초로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다. 정부의 논의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서다.

이날 이후 국무회의는 길게는 약 2시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생중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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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경제 회복·안정 대책 토론,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민생경제 회복·안정 대책 토론을 하고 있다. 2025.9.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superdoo82@yna.co.kr

◇ "언제나 국민과 소통하겠다"…지역 돌며 '타운홀 미팅'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6월 4일 국회에서 선서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의 주권 의지가 일상적으로 국정에 반영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국정 철학을 반영한 새 정부의 상징적 행사가 이 대통령이 시민들과 둘러앉아 자유롭게 대화하는 '타운홀 미팅'이다.

첫 타운홀 미팅은 6월 25일 광주에서 민·군 공항 통합 이전 문제를 다뤘다.

이후 7월 4일 대전에서 소상공인 채무 해소와 과학기술 발전 방안을 주제로, 7월 25일 부산에서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국가기관 이전 방안을 주제로 타운홀 미팅이 연달아 열렸다.

오는 12일에는 강원도에서 네 번째 행사를 열고 관광산업 개발 등에 대해 토론한다.

이밖에 이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간 한국거래소, SPC, 재난 피해 지역 등을 직접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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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미팅 (광주=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미팅'을 하고 있다. 2025.6.2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hihong@yna.co.kr

◇ 취임 100일간 2차례 기자회견…기자들과 '즉석 간담회'도

이 대통령은 언론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100일을 보냈다.

대통령의 공식적인 첫 기자회견은 취임 100일을 전후해 열리는 게 일반적인데, 이 대통령은 취임 30일을 맞이한 7월 3일 첫 회견을 열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빨랐다.

대통령실은 오는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별도로 열 예정이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이면 용산 대통령실 구내식당이나 인근 음식점, 카페 등에서 예고 없이 기자들과 식사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격의 없이 대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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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오찬 뒤 출입기자와 차담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찬 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카페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6.26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다만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이 가감 없이 생중계되면서 일각에서는 '돌발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교·안보 분야 외에도 부동산 규제나 통상 정책 등 예민한 사안에서 당국자의 실언이 나오거나 과대 해석으로 이어질 경우 국정 운영에 불필요하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기자가 공개 브리핑 중 질문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이 의도치 않게 노출돼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아울러 짧지 않은 5년의 임기 동안 계속해서 국정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 대통령이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얻어낸 호응을 실제 국정 성과로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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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상인과 대화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인천 용현시장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2025.9.5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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