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폴란드 '러 드론 격추'에 강력 연대…방공망 강화 논의(종합)
우크라전 발발후 나토 회원국 직접 대응 첫사례…"러 도발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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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회의하는 폴란드 군 당국자들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없음.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송진원 정빛나 특파원 = 유럽이 10일(현지시간) 폴란드가 자국 영공에 침입한 러시아 드론을 격추한 사건 관련, 이번 사태 원인을 러시아의 '도발'로 규정하며 폴란드에 대한 전적인 연대를 표명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한 연례 정책연설 도중 "10기가 넘는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그리고 유럽 영공을 무모하며 전례 없는 방식으로 침범했다"고 비난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U는 폴란드와 전적으로 연대하고 있다"며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메시지는 명백하며 우리의 대응도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엑스(X·옛 트위터)에서 "폴란드가 자국의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한 것은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취재진과 만나 폴란드와 공조 국가들의 격추 작전이 "매우 성공적"이었다면서 "우리가 나토의 모든 영토 구석구석을 방어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각국도 잇달아 폴란드와 연대를 표명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성명에서 "러시아가 나토와 EU 회원국인 국가에 있는 사람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다"고 비난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런 무모한 행동을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조만간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대화할 예정이라며 "우리는 동맹국의 안보에 대해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러시아의 침략과 도발은 유럽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덴마크는 우크라이나, 폴란드, 그리고 모든 나토 동맹과 연대한다"고 엑스에 적었다.
친러 성향인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도 이날 이례적으로 입장을 냈다.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최근의 드론 사건에 대해 폴란드와 전적으로 연대한다. 폴란드의 영토적 완전성을 침해하는 것은 용납 불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를 촉구해온 우리의 정책이 합리적이며 이성적이라는 것을 입증한다"며 "우리는 평화 달성을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외신에 따르면 폴란드는 전날부터 이날 밤사이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을 향해 전투기를 출격시켜 격추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된 러시아의 드론이 인접 국가에 떨어지거나 침범한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나토 회원국이 직접 대응에 나선 것은 2022년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유럽은 즉각 방공망 강화 논의에도 착수했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오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 5개국(E5,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폴란드) 국방·안보장관 회의에서 방공 강화 선택지를 검토하도록 영국군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영국군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폴란드에 스카이 세이버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했다가 지난해 유지보수를 위해 영국으로 다시 이동시켰다.
일간 더타임스는 힐리 장관이 스카이 세이버를 폴란드에 재배치하는 방안, 나토의 영공 순찰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U 차원에서 동부전선의 실시간 정찰·탐지 역량 강화를 위한 일명 '동부전선 감시' 정책을 새롭게 마련하고 유럽 동부 국경 일대에 이른바 '드론 장벽(방어망)'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san@yna.co.kr,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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