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은의 품격 -
월요이야기 제104호(2025.7.7.) “역사가 된 전설”의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6.25전쟁 당시 77일간 길 잃은 숲속의 미군 길패트릭 상사에게 인민군의 눈을 피해 몰래 먹을 것을 가져다주어 무사히 귀환하게 한 임창수 옹의 이야기 말입니다.
지난 6월 6.25전쟁 75주년을 맞아, 저는 임창수 옹에게 감사패를 드렸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까지 75년이라는 세월이 걸려 송구하지만, ‘이렇게 귀한 분을 우리만 기억해서는 안 되겠다’는 사명감이 가슴을 때렸습니다.
지난 7월 11일 전동면에서 매년 갖는 개미고개 전투 추모제가 한.미 합동으로 열렸습니다.
1950년 7월 치열했던 개미고개에서 전사한 428명의 미군들을 추모하는 위령제입니다.
그날 저는 임창수 옹의 사연을 담은 ‘월요 이야기’를 영문으로 정리한 편지를 참석한 미군 전투 항공여단 3-2항공대대장 마이클S폴링 중령에게 "반드시 미국 정부에 전달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전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69일 후.
미국으로부터 소식이 왔습니다.
9월 17일 임창수 옹이 ‘2025 한미동맹 콘퍼런스’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인도주의 봉사상(Civil Award for Humanitarian Service)’을 수상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날 임창수 옹에게는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 명의의 감사장도 함께 수여되었습니다.
저는 내심 놀랐습니다.
제 편지가 전해진 후 불과 두 달여 만에 내려진 미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 속도뿐만 아니라, 한.미 연합사에서 고급 승용차를 임창수 옹의 금남면 자택까지 보내 정중히 예우하는 진정성 있는 조치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미국은 자국민을 위해 헌신한 외국인의 이야기를 접하자마자, 놀라울 만큼 신속하고도 엄정하게 평가하고 정중히 예우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어떤 정치적 계산도, 행정적 지체도 없어 보입니다. 그저 진심 어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빠르게 전달되었을 뿐입니다.
영웅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데 지체 없이 존경심을 보여주는 미국 정부의 모습.
이것이 바로 자국을 위해 헌신한 국민에 대한 ‘보은의 품격’이자 ‘대국의 위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이 보여준 모습은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가 아니라, 한 국가가 자국민과 동맹국을 어떻게 존중하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훈의 진정한 가치이자, 다음 세대에 남겨줄 국가 정신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임창수 옹께서 받으신 인도주의 봉사상은 한.미 간 쌓아 올린 굳건한 혈맹으로서 양국 간의 우정과 상호 존중을 확인하는 증좌로 여길 만한 것입니다.
임창수 옹의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 저는 즉각 미군 전투 항공여단 3-2항공대대 소속 마이클S폴링 대대장께 감사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저는 편지에 성의를 다해 그리고 신속하게 대응해 준 감사함과 함께, 미 정부가 임창수 옹께 드린 수훈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깊이 새기며, 앞으로도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모든 분들의 뜻을 기리겠다는 다짐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6.25 당시 3년간 미국은 우리나라를 공산주의로부터 지키기 위해 4만 명에 달하는 미군이 전사하였고, 10만 명에 달하는 전상자가 발생하였습니다.
본적도, 알지도 못하는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생때같은 젊은 아들과 연인, 남편들이 그 소중한 목숨과 어마어마한 물자를 희생하면서 우리의 자유를 지켜주었던 것입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고개가 숙여지는 헌신입니다.
"미국인들의 그 엄청난 희생에 우리는 그간 진심으로 얼마나 감사를 하며 보답을 하였던가?, 과연 진정한 감사의 마음을 우리 국민이 가지고 있기나 한 것일까?"
이따금 우리 국민 중 일부가 미국에 대하는 말과 태도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자국 군인 한 명의 목숨을 지켜준 한 한국인에 대하여 7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즉각적이고 정중한 예우를 다하며 보은을 하는 저 미국이라는 나라에 저는 그만 숙연해지는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임창수 옹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여러 생각의 단초를 던져 주고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을까?,
기꺼이 내 목숨을 바칠 가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보이지 않는 국가라는 것, 국민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 있을까?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임창수 옹처럼 내 목숨의 위협을 느끼면서 알지도 못하는 미군의 목숨을 지켜줄 용기가 나에게 있을까,
그런 용기 있는 행동을 했을 때, 댓가를 요구하지 않고 나는 얼마나 침묵을 지킬 수 있을까?
그렇게 희생을 한 나를, 국가나 다른 국민은 얼마나 알아주고 존중해 줄까?,
존중해 줄 것이라는 확신은 있는가. 얼마나 있을까?"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분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를 생각케 하는 울림과 반성의 일깨움을 준 소식이었습니다.
임창수 옹은 한.미양국의 공동 유산입니다.
- 세종특별자치시장 최민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