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세종시장


지난 주 종료된 을지훈련연습에서 우리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보고를 들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세종시를 타격하기까지 불과 2분 4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훈련통제관의 설명이었습니다.
과거에는 6분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했는데, 그 시간이 더욱 짧아졌다는 것입니다.
2분40초....
그런데 그것이 핵미사일이라면?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가정이지만, 금번 4일간의 을지훈련연습은 이에 대한 대비 등을 하는 도상 전시훈련이었습니다.

훈련 매뉴얼대로 대응하는 것이 실전에서 얼마나 유용할지 의문도 들었습니다만, 아무튼 2분 40초안에 시민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골이 송연해졌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길은 있는 법입니다.

우선 우리 세종시는 신도시 지역 대부분이 아파트입니다.
아파트단지의 대피소는 1차적으로 모든 지하 주차장입니다.

핵방사능은 모든 물질을 투과하지만, 콘크리트벽을 뚫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니 지하 주차장이 안전할 수 있습니다.

2차적으로는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시민들의 승용차 안이 안전한 대피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하 주차장까지 대피하지 못할 경우는? 바로 여러분 가정의 화장실입니다.
집안 화장실은 대부분 시멘트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비상시 긴급 대피소가 될 수 있습니다.

대피소로 피신했다면 최소 2일 이상을 버텨야 합니다.
방사능의 반감기를 감안하면 50시간을 버텨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전쟁을 대비한다면,
개인 차량에 생존을 위한 전등과 건전지, 그리고 건빵, 육포 같은 비상식량과 물 등 최소한의 물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 현명합니다.

요즘은 비상식량재난배낭도 있다는데, 아무튼 알아두어야 하겠습니다.

을지훈련은 자칫 시민들에게 전쟁의 공포와 불안 심리를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을 대비할 때 전쟁이 없다’는 유비무환의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이 남과 북을 전쟁 중인 주적 관계로 전환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과 민족 개념을 삭제하고, ‘적대적 2국가’로 규정해 그동안 남조선이라 불렀던 우리를 대한민국으로 호칭하면서,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담화로 남북 관계의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핵공격을 하겠다는 위협을 공공연히 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우리를 전쟁 중인 적으로 지칭하면서 핵공격을 하겠다면, 우리는 저들을 무엇이라 부르며 어떻게 대비해야 하겠습니까?
우리도 이에 상응한 대비와 응징이 있어야 할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것이 매년 정부가 해오는 을지훈련연습의 이유와 목적입니다.
전정부차원의 4일간의 을지훈련연습 기간 동안 비상소집에 응하고 교대로 철야근무하며 훈련에 임했던 시 직원들과 32사단 군 병력, 세종경찰 및 소방직원 여러분, 수고가 많았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정전협정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평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6.25 전쟁 후 1953년 7월 27일 맺은 정전협정은 중국과 북한과 유엔군이 당사자인 협정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협정당사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엔사령부가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정전협정이 종전협정으로 전환된다면 유엔군은 대한민국에 주둔할 명분이 사라집니다.
그만큼 우리의 안보는 취약하게 될 것이고 적들이 우리를 공격한다면 우리를 도울 유엔군이 한반도를 떠난 후일 것입니다.

전쟁을 바라는 인간은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인류 역사상 전쟁이 없는 시대는 없었습니다.
인간은 참으로 모순된 존재입니다.
평화를 외치면서 무기를 만들고 군대를 키우며 엄청난 돈을 씁니다.
등 뒤에 칼을 숨기고 악수를 내밀며, 서로가 웃지만 칼을 갈고 있습니다.
모두가 평화를 외치면서도 타인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어리석게 속아서 칼을 버리거나, 겁에 질려 칼을 내리는 순간 평화는 사라진다는 것을 역사는 수많은 비극을 통해 경고해 왔습니다.

저는 을지훈련연습을 하며 다시는 이러한 연습이 필요 없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한편, 주어진 훈련만큼은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는 각오로 엄중히 임했습니다.

저의 이런 방침을 성실히 따라준 직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수고했다는 말을 전합니다.

- 세종특별자치시장 최민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