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수사 잃은 검찰, 남은 건 보완수사권…'갑론을박' 예상
폐지시 수사 지연·사법통제 공백·공소 유지 약화 등 우려
여당서도 의견 갈려…"폐지해야 '검수완박'" 강경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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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대, 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중수청 신설 등 확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뼈대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6일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그간 수사권 남용 논란에 휩싸인 검찰이 결국 직접수사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
법안 통과에 따라 검찰청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9월 공소 제기 및 유지 역할을 하는 공소청으로 이름이 바뀐다. 1948년 창설된 지 78년 만에 검찰청 간판을 떼는 것이다. 수사-기소 분리를 대원칙으로 하는 검찰개혁의 첫 발걸음이기도 하다.
검찰개혁의 후속 입법 과제 가운데 핵심 쟁점은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느냐다.
여권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사안이라 개정법 시행까지 1년의 유예기간 치열한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검찰 내부에서도 그간 '특수통' 중심의 정치적·편향적 수사 관행에 대한 지적에 공감하며 검찰이 사건을 인지해 수사 개시를 결정하는 직접수사권은 포기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
그러면서도 수사 지연 방지와 공소 유지, 수사기관 간 견제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보완수사권만은 검찰에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미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지연 문제가 커진 상황에서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고 경찰에 대한 '요구권'만 갖게 된다면 사건 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핑퐁'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과 보완수사 요청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사건 처리가 계속 지연되고, 특히 최장 20일이라는 시간적 제약이 있는 구속 사건의 경우 부실 수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의신청·항고 사건도 수사할 수 없게 되면서 사법적 통제에 공백이 생기고, 검찰이 70여년간 쌓아온 수사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없게 돼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검찰이 단순히 경찰 송치 기록만 보고 재판에서 피고인·변호인의 주장에 대응하거나 적정 형량을 구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보완수사권 폐지가 검찰의 공소 유지 역량 저하로 직결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청 폐지와 함께 사실상 전면적인 수사권을 갖게 될 경찰 권력이 형사사법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또 다른 수사 권력·집중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그간 검찰개혁 과정에서 수사권 조정과 사법적 통제 장치를 꼼꼼하게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을 경우 단순히 '검찰 권력'이 '경찰 권력'으로 대치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난 7월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도 "(수사권을) 경찰이 다 감당할 수 있느냐, 경찰의 비대화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논쟁이 있다"면서 "권력은 집중되면 남용되므로 분리하고 견제시켜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원칙론을 재차 환기한 바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보완수사권 문제를 거론하며 "장은 먹어야 하는데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을 없애면 되겠나. 구더기가 안 생기게 악착같이 막아야지"라고 언급했다.
또 "죄를 지은 사람이 처벌받지 않고 큰소리 떵떵 치게 방치하는 것도 문제"라며 보완수사권 폐지 등에 따른 전반적인 수사력 약화에 우려도 내비쳤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결론과 관계없이 검찰에 송치하는 '전건 송치' 제도 부활도 검토해보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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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대, 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중수청 신설 등 확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중수청의 주무부처가 될 행정안전부의 윤호중 장관이 보완수사권 존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해 주목된다.
윤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와 관련해 "앞으로 충분히 논의될 예정으로, 보완수사권 또는 보완수사 요청권은 어떤 경우든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당 강경파를 중심으로는 보완수사권까지 폐지해야만 완전한 검찰 개혁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높아 향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검찰이 보완수사권을 이용해 수사 대상을 확장하거나 직접수사를 시도할 가능성을 차단해 확실한 수사·기소 분리를 이루기 위해서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게 여당 일각의 주장이다.
정부와 여당은 남은 1년 시민사회단체와 법조계 등 각계 의견을 토대로 중수청·공소청 설치·운영에 관한 세부 규정을 마련하는 한편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한 결론도 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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