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마에 속수무책…'국가 전산망 심장부' 타격·마비
대전 본원 전산실 배터리 화재 추정…정부 시스템 70개 접속 장애

중요 시스템 많아 복구·정상화 상당 시일 관측…정부 안전관리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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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자원관리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26일 화재가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은 정부 전산시스템 서버와 데이터베이스 등을 대규모로 보유·관리하는 국가 전산망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국정자원은 행정안전부 소속 기관이다. 불이 난 대전 본원 외에도 광주와 대구, 공주에 센터를 두고 있다.

2005년 정부통합전산센터로 출범했고, 정부 서비스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대체되며 기관 역할과 중요성이 커져 왔다.

이날 국정자원 5층 전산실 내 리튬배터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자정을 넘기도록 진화되지 않으면서 정부 전산시스템은 사실상 장시간 마비 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소방당국은 대량의 물로 진화에 나설 경우 서버 등 전산 시스템 장비가 크게 훼손될 것을 우려해 연기를 빼는 배연 작업을 하며 신중히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날 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전산시스템 70개에 접속 불가·지연 등 장애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정부 전산시스템은 중요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데 이번 화재로 영향을 받은 시스템은 1등급 12개, 2등급 58개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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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외부 모습 [촬영 박주영]

화재 이후 많은 정부 부처 홈페이지가 접속이 불가한 상태다. 정부 온라인 민원 시스템인 정부24 사이트도 장애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정부 메일링 시스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 전산시스템의 핵심부가 화재로 막대한 피해를 본 만큼 시스템 복구와 정상화에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자원은 2023년 11월 정부 행정전산망 마비 상태 당시에도 전산 관리에 문제를 드러내며 큰 비판을 받았다.

당시 일주일간 지속된 전산망 마비 상태가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의 포트 불량에 따른 것으로 파악되며 기본적인 장비 점검 등이 부실했다는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전산망 마비 사태 이후 1년 10개월 만에 발생한 화재에 국가 전산망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정부의 안전관리에 다시 빨간 등이 켜졌다.

행안부는 이날 윤호중 장관 주재로 긴급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발령하고, 위기상황대응본부를 가동했다.

행안부는 화재가 진압되는 대로 내부로 진입해 정확한 피해 상황 파악에 들어갈 예정이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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