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전쟁 안끝났다…팔 국가인정, 수치스러운 결정"
유엔총회서 '두 국가 해법'에 "국가적 자살" 수용 불가 재확인

연설 시작되자 일부 대표단 퇴장…박수·함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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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유엔 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2025.9.27 photo@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6일(현지시간) 2년째 이어지는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 "역사상 가장 놀라운 군사적 반전을 이뤘다"면서도 "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하마스의 마지막 잔당이 가자시티에 남아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세계의 많은 나라가 더는 '10월 7일'을 기억하지 않지만 우리는, 이스라엘은 10월 7일을 기억한다"며 "하마스는 이를 계속해서 다시 하겠다고 공언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일을 끝마쳐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전쟁이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약 1천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한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인 만큼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재킷 오른쪽 옷깃에 단 QR코드 배지를 가리키며 "우리가 왜 싸워야 하며, 왜 이겨야 하는지를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이 QR코드는 하마스의 만행을 정리한 이스라엘 웹사이트로 연결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테러 조직 대부분을 분쇄했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그리고 이들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란을 상대로 한 지난 전쟁 성과를 열거했다.

또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핵프로그램을 가리켜 "이스라엘을 파괴하고 미국을 위협하며 전세계 국가를 협박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총회장의 청중을 향해 "우리의 적은 바로 여러분의 적"이라며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스라엘이 여러분의 전투에서 싸우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마스가 우리 조건에 동의한다면 전쟁은 즉각 종식될 수 있다"며 "가자지구가 비무장화되고, 이스라엘이 치안을 장악하고, 이스라엘과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가자지구 주민과 다른 이들이 세운 민간 당국이 설립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후 가자지구 통치 주체를 자임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대해서도 "깊이 부패했다"며 "PA가 테러리스트들에게 돈을 주고 유대인을 살해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유엔총회를 계기로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고 선언한 프랑스,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당신들의 수치스러운 결정은 유대인과 전세계의 무고한 이들을 향한 테러를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해서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옆 국가를 원치 않으며 이스라엘 대신 팔레스타인 국가를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0월 7일 이후 예루살렘에서 1마일 떨어진 곳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9월 11일 이후 뉴욕에서 1마일 떨어진 곳에 알카에다 국가를 건설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는 미친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이스라엘의 피를 요구하는 적대적 언론과 반유대주의 폭도에 맞설 용기가 없다고 해서 우리가 국가적 자살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두 국가 해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격 등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지원한 것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테러의 축'에 승리하면서 2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평화의 가능성이 열렸다"며 시리아와 평화를 위해 협상 중이고 레바논과 평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5년 전 아랍 지도자들과 나 사이에서 중재한 역사적 '아브라함 협정'을 극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영어로 연설하던 네타냐후 총리는 아직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인질들을 향해 히브리어로 "우리는 한순간도 여러분을 잊지 않았다"며 "여러분 모두를 귀환시킬 때까지 우리는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하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가 연단에 서자 각국 대표단 수십명이 한꺼번에 퇴장했다. 인질 바르 쿠퍼스타인의 아버지도 자리를 떴다. 총회장에 남은 일부가 한동안 박수를 치거나 함성을 질러 유엔 측에서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란과 러시아 매체는 '야유가 나왔다'고 표현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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