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첫 경쟁부문 대상은 장률 감독 '루오무의 황혼'
배우 수치, 첫 연출작 '소녀'로 감독상…'충충충' 한창록 감독 심사위원 특별상
나홍진 심사위원장 "치열한 심사…대상은 만장일치로 너무나 쉽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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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첫 경쟁부문 대상, 장률 감독 '루오무의 황혼' (부산=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영화 '루오무의 황혼'의 장률 감독이 26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대상을 수상한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5.9.26 ryousanta@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신설된 경쟁 부문 '부산 어워드' 대상은 중국 장률 감독의 '루오무의 황혼'에 돌아갔다.
26일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 나홍진 감독은 대상 수상작으로 '루오무의 황혼'을 발표했다.
나 감독은 "이견이 하나도 없었고 만장일치로 너무나 쉽게 결정됐다"며 "이분의 작품을 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있다는 게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루오무의 황혼'은 헤어진 남자친구가 준 엽서를 들고 중국의 소도시 루오무를 찾은 여성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전 남자친구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을 고요하고 따뜻하게 그린 작품이다.
장률 감독은 전작 후반작업으로 지친 상태에서 휴식차 루오무에 들렀다가 장소의 매력에 빠져 제작자를 불러 곧바로 영화 촬영에 돌입했다고 한다.
대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장률 감독은 "아마 영화를 관람하신 뒤에 '작품 별로인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는 있지만 배경지(루오무)를 싫어하시는 분은 없을 것"이라며 "혹시라도 영화를 본 뒤 이곳을 방문하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제가 직접 가이드가 되어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아직 젊고, 몸도 굉장히 건강하다"며 "부산국제영화제가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에도 반드시 이 무대에 서겠다"는 웃음 섞인 다짐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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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률 '루오무의 황혼' 부산 어워드 수상 (부산=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영화 '루오무의 황혼'의 장률 감독이 26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대상을 수상한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5.9.26 ryousanta@yna.co.kr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수치(舒淇·서기)는 첫 장편 연출작인 '소녀'로 감독상을 받았다.
'소녀'는 폭력적인 알코올중독자 아버지와 엄격한 어머니 아래서 불안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소녀의 삶을 그린 영화로 수치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너무 긴장된다"는 말로 입을 뗀 수치 감독은 감격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를 전했다.
그는 "특히 허우 샤오시엔 감독님에게 감사드리고 싶다"며 "감독님의 지원이 없었다면 저의 첫 작품 '소녀'도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여 울먹였다.
수치 감독은 "끝으로 마음의 상처를 가진 모든 소녀들에게, 용감하게 집 밖으로 나가서 여러분의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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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의 레드카펫 걷기 (부산=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배우 겸 감독 서기가 26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9.26 ryousanta@yna.co.kr
심사위원 특별상은 '충충충'의 한창록 감독이 받았다. 7인의 심사위원은 만장일치로 이 작품을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충충충'은 영화에 등장하는 '충동'과 '충돌', '충격'이라는 첫 글자를 따온 제목으로,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세 친구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한 감독은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만으로도 영광스러운데 상까지 받게 되어 꿈 같은 시간"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배우상은 유재인 감독의 영화 '지우러 가는 길'의 주연 배우 이지원과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의 세 주연 기타무라 다쿠미, 하야시 유타, 아야노 고에게 돌아갔다.
이지원은 떨리는 듯 가슴에 손을 얹고 숨을 고른 뒤 "집에서 나오는 길에 아버지가 '지원아 사람 일 모른다, 수상 소감을 준비해 가렴'이라고 하시기에 '아니에요, 아버지.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즐겁게 다녀올게요'라고 했는데 앞으로 아버지 말씀을 잘 듣겠다"고 말해 객석에 웃음을 안겼다. 이지원은 2018년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예서(김혜윤)의 동생 예빈 역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배우다.
하야시 유타는 "커다란 꿈이나 의의를 갖지 않아도 자신을 지탱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인생의 큰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영화"라며 나가타 고토 감독과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두 배우에게 감사를 전했다.
예술공헌상 수상자로는 '광야시대'(감독 비간)의 미술감독 리우 창과 투 난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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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식 참석하는 나홍진 감독 (부산=연합뉴스) 류효림ㄹ 기자 = 나홍진 감독을 비롯한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들이 26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5.9.26 ryousanta@yna.co.kr
올해 처음으로 신설된 경쟁 부문에는 아시아 영화 총 14편이 초청돼 대상과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의 트로피를 두고 경합했다.
나홍진 심사위원장은 "심사를 몇 번 다녀본 기억이 있지만 이렇게 언성이 높아지고 시간이 길어진 것은 처음이었다"며 치열한 심사 분위기를 돌아봤다.
그는 "결국 굉장히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며 "심사위원들과 함께했던 시간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는 점이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비 오는 날 소리는 더 크게 들린다'의 김상윤 감독과 '마음이 열리는 시간'의 왕한시안 감독은 선재상을, '지우러 가는 길'의 유재인 감독은 뉴커런츠상을 받았다.
비프메세나상은 주로미·김태일 감독과 헤멘 칼레디 감독에게 각각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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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17만 관객과 함께한 열흘
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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