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자 낭독극과 오페라로 물든 서울광장…서울어텀페스타 개막(종합)
창작발레·사물놀이 등 다채로운 공연…개막 행사에 1만명 참여
연휴 도심서 즐기는 공연예술…11월 12일까지 대학로·청계천·노들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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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어텀페스타 개막 공연 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어텀페스타 개막 공연에서 최태지·송형종 공동추진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서울어텀페스타 개막을 선포하고 있다. 2025.10.04 [서울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윤보람 박원희 기자 = "모질게 살아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복수였으니까요."
4일 오후 안개비가 내리는 서울광장에 정순왕후의 목소리가 되살아났다. 정순왕후(1440∼1521)는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에게 조선 왕위를 뺏긴 비운의 왕 단종의 왕비로, 남편이 폐위된 후 서인으로 전락했다. 다만 그는 16세로 짧은 생을 마감한 단종과 81세까지 장수했다. 60년 넘게 무대에서 활약한 배우 박정자가 정순왕후로 분해 그와 단종의 비극적인 삶을 들려주자, 서울광장에 모인 관객들은 500여년 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서울 곳곳에서 순수 공연예술을 즐길 수 있는 대규모 축제 '서울어텀페스타'가 이날 서울광장에서 다채로운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서울어텀페스타는 가을을 맞아 서울에서 열리는 클래식, 무용, 국악, 연극 등의 기초 공연을 '공연예술, 서울을 잇다'라는 슬로건으로 묶은 축제다. 서울스프링페스타(봄), 쉬엄쉬엄 한강3종축제(여름), 윈터페스타(겨울)와 함께 서울 사계절 축제의 마지막 고리를 잇는 행사다.
개막 행사에서는 박정자의 낭독극 '영영이별 영이별'부터 군례악, 오페라, 창작발레까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무대에 오르며 축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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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어텀페스타 개막 공연 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어텀페스타 개막 공연에서 배우 박정자가 낭독극 '영영이별 영이별'을 선보이고 있다. 2025.10.04 [서울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미래세대를 상징하는 서울어린이취타대와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의 공연을 시작으로 노블아트오페라단이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주요 장면을 노래하며 가을의 선선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무용단 이루다 블랙토는 사물놀이와 현대무용, 민요, 미디어 아트를 결합한 화려한 무대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타악그룹 타고는 서울도서관 옥상 무대에 등장해 북소리로 호랑이의 기상을 웅장하게 표현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윤별발레컴퍼니는 전통 모자 갓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창작발레 '갓'(GAT)으로 전통에 대한 신선한 해석을 선보였다.
공연은 소리꾼 유태평양과 김수인을 비롯한 공연 참가자들과 관객들이 다 같이 '서울의 찬가'를 부르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개막 행사에는 약 1만명의 시민과 예술가, 국내외 관광객이 참여해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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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어텀페스타 개막식 '백호'(타악그룹 타고) 공연 모습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축제는 다음 달 12일까지 40일간 이어진다. 이 기간 대학로, 청계천, 노들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서울 전역이 공연 무대이자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연극, 무용,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110여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추석 연휴 중 열리는 행사로는 서울거리예술축제, 월드판소리페스티벌, 여유작콘서트, 광화문전통춤페스타 등이 있다.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기념해 청계1가부터 9가까지 물길을 따라 걸으며 공연을 즐기는 '아트레킹'(Artrekking)도 진행된다.
다음 달 4일 DDP에서는 예술가, 전문가, 정책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급변하는 예술·문화·기술·도시·정책의 새로운 전략과 비전을 논의하는 '2025 서울국제예술포럼(SAFT)'을 개최한다.
행사 관련 자세한 정보는 서울어텀페스타 누리집(www.sfac.or.kr/seoulautumnfesta)과 서울어텀페스타 통합정보센터(서울연극센터·세종라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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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서울어텀페스타 홍보 포스터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bryoon@yna.co.kr,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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