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曺 대선개입 의혹'에 "근거없는 정치적 공격 지양해야"
88쪽 서면답변서에 조목조목 반박…"배경 관련 오해 안타까워"

"전합 회부가 원칙적 방식…접수 초기부터 대법관 전원이 검토"

최근 6년간 '35일 미만 소요' 1천822건…파기환송은 李 사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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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공방 속 눈감은 조희대 대법원장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지켜보다 눈을 감고 있다. 2025.10.13 hihong@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주장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을 두고 "아무런 합리적 근거가 없는 정치적 공격에 불과하다"며 "사법권 독립이 훼손되지 않도록 근거 없는 공격을 지양해 달라"고 정면으로 맞섰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제출한 88쪽 분량의 '대법원 현안 관련 긴급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조 대법원장의 통화내역, 차량일지 등을 제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대법원은 답변서에서 "국회에서 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권력 견제의 범주 안에 속한다"며 "그러나 그런 논의가 판결을 담당한 법관 개인에 대한 근거 없는 정치적 비난이나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본 사건 판결은 사건의 특수성과 집중심리주의 원칙, 선거범죄 재판의 신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선거법 취지에 따라 대법관 대다수 공감대 아래 신속하고 충실한 심리를 거쳐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이 외부 세력과 공모해 대선에 개입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심리와 판결을 했다는 주장은 아무런 합리적 근거가 없는 정치적 공격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나아가 "사법부는 헌법이 부여한 사법권의 독립을 굳건히 지키며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법치주의 수호라는 본연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사법권의 독립이 훼손되지 않도록 근거 없는 공격을 지양해 주시기를 정중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판결을 앞두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의 측근 김충식 씨를 만나 오찬을 하며 재판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만난 사실 자체가 없고, 조 대법원장과 개인적 친분도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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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질의 답변하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13 ondol@yna.co.kr

대법원은 특히 휴대전화 통화내역, 차량 블랙박스 등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근거에 기초한 의혹의 제기 없이 법관이 담당한 재판의 결과에 당사자나 제3자가 불복한다는 이유만으로 법관의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면,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을 유독 신속히 선고한 이유를 묻는 말에는 "심리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해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히 중립적이면서도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대다수 대법관 사이에 형성되었음은 판결 이유에 나타난 바와 같다"며 "선고 시점은 심리 관여 대법관들의 치열한 검토에 의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기보다는 법적 관점에서 평가하고 판단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대법원은 또 "선거법이 선거범죄 사건의 재판 기간을 강행규정으로 둔 일반적인 취지는, 신속한 재판을 통한 재판의 실효성과 선거의 공정성, 당선인 혹은 관계인들의 법적 안정성과 국민의 대표성을 보장한다는 데 있다"며 "신속한 재판을 통해 선거범죄 사건의 재판이 다음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나 정치적 민감도를 최소화한다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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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에 둘러싸인 조희대 대법원장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회가 선언되자 법사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2025.10.13 ondol@yna.co.kr

대법원은 당초 소부에 배당된 이 대통령 사건을 조 대법원장이 대선에 개입하고자 직접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는 민주당 의원들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대법원은 "헌법 102조는 '대법원에 부를 둘 수 있다'고 정해 소부 개설 가능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대법원의 원칙적 심리방식이 전원합의체임을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대법원 사건을 별도로 전합에 '회부'하거나 배당하는 절차는 존재하지 않고, 전합 '회부'는 전합에서 심리를 개시하거나 전원 합의기일이 지정된 것을 지칭해 편의상 관행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부 심리는 현실적으로 상고사건이 많아 운영되는 방식일 뿐 원형적인 상고심의 심리구조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 부담 등을 이유로 소부에서 먼저 심리한 후 전합에서 심리하는 경우가 더 많기는 하나, 신속처리가 필요한 주요 사건에서 소부 심리를 별도로 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전합 심리를 전제로 사건 검토를 진행한 사례도 다수 있다"고 했다.

과거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국정농단 직권남용 등 사건에서도 상고심 사건 접수 직후 전합 심리를 전제로 사건 검토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이 사건은 상고사건 접수 초기 단계부터 대법관 전원이 대법원의 원칙적 심리방식인 '전원합의'의 방식으로 사건을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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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국정감사장 재생되는 대통령 대선 후보 당시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의 질의 중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출연했던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인터뷰가 재생되고 있다. 2025.10.13 ondol@yna.co.kr

한편 대법원 답변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 평균 처리기간은 이 대통령 사건의 3배 안팎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 접수부터 처리까지 평균 기간은 2020년 3.9개월, 2021년 8.4개월, 2022년 3.4개월, 2023년 2.4개월, 2024년 3.1개월, 2025년(상반기) 3.1개월 수준이다.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은 올해 3월 27일 접수돼 한 달여 뒤인 5월 1일 선고가 이뤄졌다.

또 최근 6년간(2020년∼2025년 6월) 사건 접수일부터 종국일까지 35일 미만이 소요된 대법원 형사사건은 총 1천822건으로, 이 가운데 파기환송 판결은 이 대통령 사건이 유일했다.

대법원은 "2002년 이후 사건 접수일부터 종국일까지 35일 미만이 소요된 대법원 형사 사건은 대부분 상고기각결정 또는 상고기각판결 사건"이라며 "그렇지 않은 사건(파기환송, 파기자판, 파기이송 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상고기각 결정·판결이 아닌 파기환송, 파기자판, 파기이송 등 사건은 2004년 2건, 2006년 1건, 2007년 1건, 2009년 1건, 2025년 1건(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이었다.

대법원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대법원장이 독단적으로 심리 일정이나 판결 선고의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장이 재판장으로서 소송지휘권을 행사하지만, 재판의 합의에 관해서는 다른 대법관과 동일한 권한을 가지고 전원합의기일 지정에 대해서도 대법관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선거법 사건 판결문의 다수의견에서 "1심은 공소제기부터 2년 2개월, 2심은 1심 선고일부터 4개월 후에 판결을 선고해 대법원에 접수됐을 때는 이미 21대 대선 후보자 등록이 가까운 시기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1심과 2심의 결론도 정반대였다. 이런 절차 지연과 엇갈린 실체 판단으로 인한 혼란과 사법 불신의 강도가 유례없다는 인식 아래, 철저히 중립적이면서도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대다수 대법관 사이에 형성됐다"고 썼다.

대법원은 이를 들어 "이번 사건의 심리 일정과 판결 선고기일은 심리 관여 대법관들의 실질적이고도 치열한 검토에 의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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