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황령산 전망대 제동…항소심 "마하사 사찰림 수용 취소"
법원 "전통사찰 보존지 수용 문체부 장관 동의 없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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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령산 봉수 전망대 조감도 [부산시 제공]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 황령산에 전망대를 조성하기 위해 사찰 토지를 수용한 것은 잘못됐다며 취소돼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등법원 제1행정부(박준용 재판장)는 대한불교조계종 사찰인 마하사가 부산시와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를 상대로 낸 '실시계획인가 무효확인 등 청구의 소'에서 1심 원고 패소 판결을 뒤집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수용 재결을 취소한다"며 승소 판결을 했다고 17일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부산시는 2020년 1월 황령산유원지 개발사업 실시계획안을 공고하고 6월 마하사 사찰림이 포함된 도시계획시설사업 시행자 지정과 실시계획 고시를 했다.

국토교통부는 같은 해 12월 공공 개발용 토지의 비축사업계획을 승인했으며,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듬해 7월 마하사 사찰림 5개 토지에 대해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해 지난해 11월 재결이 내려졌다.

마하사는 해당 사찰림이 '전통 사찰 보존지역'에 해당해 이를 수용하려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이런 절차가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마하사 측 주장대로 해당 사찰림이 1989년 구 전통사찰 보존법에 따라 '경내지'로 지정돼 현재의 전통사찰보존법의 '전통사찰보존구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부산시도 2020년 11월 2차례에 걸쳐 문화체육관광부에 마하사 소유인 토지 보상과 수용을 위한 협의와 동의를 요청하면서도 정작 동의는 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전통사찰 보존지임에도 수용재결에 이르기까지 문체부 장관의 동의가 이루어진 바 없다"면서 "이는 법률 규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라고 판단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황령산 전망대 조성사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번 판결이 난 5개 토지는 황령산 전망데크와 내부 도로가 조성될 예정이었던 곳으로 크기는 4천900여㎡(1천494평)에 불과하지만, 해당 부지보다 뒤늦게 수용된 마하사 사찰림 2개 토지 3만4천여㎡(1만475평)에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문체부 장관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경우 2020년으로 돌아가 실시계획 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마하사 관계자는 "부산시는 전통 문화유산을 개발의 걸림돌로 취급하지 말라"면서 "법원이 경종을 울린 만큼 이제라도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전통문화의 가치를 존중하는 행정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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