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강경진압' 박진경 국가유공자 등록…보훈부, 논란일자 사과(종합)
보훈부, 무공수훈 근거로 승인…"학살 주범" 제주서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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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경 추도비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도 보훈청이 20일 오후 제주시 한울누리공원 인근 도로변에 있는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됐던 감옥 형태 조형물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진행했다. 사진은 행정대집행이 끝난 후 조형물이 철거된 모습. 2022.5.20 dragon.me@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제주 4·3사건 당시 강경진압을 주도한 고(故) 박진경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10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서울보훈지청은 지난 10월 무공수훈을 근거로 박 대령 유족이 낸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승인했다.
지난달 4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권오을 보훈부 장관 직인이 찍힌 국가유공자증도 유족에 전달됐다.
증서에는 "대한민국의 오늘은 국가유공자의 공헌과 희생 위에 이룩된 것이므로 이를 애국정신의 귀감으로 삼아 항구적으로 기리기 위해 이 증서를 드린다"는 문구가 담겼다.
박 대령은 1948년 5월 당시 제주에 주둔하고 있던 9연대장으로 부임해 도민에 대한 강경 진압 작전을 지휘한 인물로, 4·3단체들로부터 양민 학살 책임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부임 한 달여 만인 1948년 6월 18일 대령 진급 축하연을 마치고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부하들에게 암살당했고, 1950년 12월 을지무공훈장에 추서됐다.
박 대령은 전몰군경으로 인정받아 현충원에 안장됐다.
보훈부 관계자는 "박 대령은 이미 전몰군경으로서 원호대상자(지금의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상태였다"며 "이번에 을지무공훈장 수훈을 근거로 무공수훈자로 다시 국가유공자에 등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승인 사실이 알려지자 제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나왔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수많은 희생자의 억울한 죽음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성명을 내고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를 촉구했다.
제주도도 보도자료를 통해 유감을 표명하며 "4·3 희생자와 유족, 도민의 아픔을 가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훈부는 논란이 확산하자 입장문을 내고 "제주 4·3과 관련한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제주도민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보훈부는 박 대령의 무공훈장 서훈이 취소되지 않는 이상 이번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하는 것은 현 제도에선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보훈부는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조속히 대응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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