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500년 전 찬란한 금빛을 마주하다…사진으로 본 신라 금관
국립중앙박물관, 구본창 작가가 촬영한 금관 사진 5점 선보여

경주·서울서 모이는 신라 금관…우리 손으로 발굴한 유물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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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만나는 신라 금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신라실에서 본 '사진으로 본 신라 금관' 전시 모습. 이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선보인 전시에서는 구본창 작가가 신라 금관 5점을 촬영한 사진을 소개한다.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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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렌즈를 통해 천오백 년 전 황금 유물을 가까이 볼 수 있었던 시간은 특별했으며, 금관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충분히 증거하고 싶었다."

사진작가 구본창은 2023년 오랜 바람을 이뤘다.

신라의 찬란한 황금 문화를 대표하는 유산, 금관과 마주한 것이다. 국립박물관의 촬영 허가를 받기 위해 7년 가까이 노력한 끝에 얻어낸 성과였다.

그는 당시 발굴 50주년을 맞은 천마총 금관을 비롯해 금관총·금령총·서봉총·황남대총에서 출토된 금관과 황금 유물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렌즈 너머로 그가 들여다본 금관에는 신라 왕가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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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만나는 신라 금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신라실에서 본 '사진으로 본 신라 금관' 전시 모습. 이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선보인 전시에서는 구본창 작가가 신라 금관 5점을 촬영한 사진을 소개한다.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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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립중앙박물관에 황금빛 금관을 담은 사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상설전시관 1층 신라실에서 선보이는 '사진으로 만나는 신라 금관'을 통해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신라 금관은 총 6점이다.

이 가운데 금령총과 황남대총에서 발견된 금관 2점은 평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리하며 금관총·교통·천마총의 금관 3점은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서봉총 출토 금관은 2023년 5월부터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이렇게 흩어져 있던 금관은 이달 28일부터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선보이는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통해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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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의 신라 금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신라실에서 본 '사진으로 본 신라 금관' 전시 모습. 이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선보인 전시에서는 구본창 작가가 신라 금관 5점을 촬영한 사진을 소개한다.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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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금관총에서 금관이 처음 나온 이후 약 104년 만의 만남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특별 전시를 위해 유물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구본창 작가가 촬영한 사진 5점을 모아 서울에서도 신라 금관을 느낄 수 있도록 전시실을 꾸몄다.

박물관 측은 "국립경주박물관에서는 신라 금관 유물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금관 사진이 한자리에 모이는 셈"이라며 "찬란한 황금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국보 '황남대총 북분 금관'과 '황남대총 북분 금제 허리띠'를 공개하던 전시실에 들어서면 총 5점의 금관 사진이 관람객을 맞는다.

황금색을 배경으로 한 사진은 나뭇가지와 사슴뿔 모양의 장식, 푸른 빛의 곱은옥 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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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발굴된 경주 금관총 금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921년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신라 금관인 경주 금관총 금관을 촬영한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신라실에서 선보이는 '사진으로 본 신라 금관' 전시에서는 구본창 작가가 촬영한 신라 금관 5점 사진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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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벽면에는 황남대총과 천마총 금관 사진을 채웠다. 다른 쪽에는 금관총과 금령총, 서봉총 출토 금관 사진이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양쪽 벽에 걸린 사진 크기가 다른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황남대총과 천마총 금관 사진은 금관총·금령총·서봉총 금관 사진보다 더 크다.

그에 대한 답은 각 금관이 출토된 시기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천마총은 1971년 '경주 관광 종합 개발 계획'의 하나로 국가가 주도한 첫 발굴로 잘 알려져 있다. 이후 진행된 황남대총 역시 우리 고고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반면, 금관총과 금령총, 서봉총은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대에 발굴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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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신라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신라실에서 본 '사진으로 본 신라 금관' 전시 모습. 이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선보인 전시에서는 구본창 작가가 신라 금관 5점을 촬영한 사진을 소개한다.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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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9월 경주 노서동에서 우연히 발견된 금관총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신라 금관이 발견돼 그 이름이 붙었지만, 정식으로 발굴 조사가 이뤄진 사례가 아니다.

당시 유물을 수습하는 데 급급했고, 체계적인 기록이나 조사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다.

경주 교동에서 발견된 금관 사진이 없는 점 또한 생각해 볼 만하다.

높이가 12.8㎝에 불과해 '작은 금관' 또는 '애기 금관'으로 불리는 금관은 경주 교동의 옛 무덤에서 도굴된 유물을 정부가 1972년 압수한 것이다.

실제 유물이 아닌 사진 전시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는 풍성하다.

박물관 관계자는 "금관은 당시 신라 왕 즉, 마립간과 왕실의 권력을 상징한다"며 "신라 금관이 지닌 독창적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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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신라금관 드디어 총집합…'황금마니아' 트럼프 예상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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