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경제' 강조한 日다카이치…"아베 답습하며 보수 회귀"
日언론, 어제 국회 연설 평가…"보수층 지지 되돌려 기반 안정화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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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연설하는 다카이치 일본 총리 (도쿄 A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4일 중의원(하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기사발신지=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정치 스승으로 삼아 존경하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떠올리게 하는 '아베색'과 안보를 중시하는 '강함'을 전면에 내세웠다."

마이니치신문은 25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전날 국회에서 한 첫 연설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다른 주요 언론도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 연설에 대해 '아베 노선'을 계승하며 보수로 회귀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연설에서 '강한'이라는 말을 10번 사용했고, '안전보장'은 18회 언급했다고 마이니치가 전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가 좋아했던 표현인 '세계 한가운데에서 활짝 피어나는 일본 외교'도 2회 말했고, 경제 정책 기본 방침과 관련해서는 아베 전 총리가 썼던 표현인 '강한 경제'를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표현을 인용한 것과 관련해 "보수층 지지를 되돌려 자신의 정권 기반을 안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설했다.

이어 "아베 전 총리가 과거 국회 연설에서 언급했던 19세기 사상가 요시다 쇼인의 문구를 인용하는 등 정치적으로 아베 정권 계승을 목표로 한다는 인상을 줬다"고 덧붙였다.

요시다 쇼인은 일본 근대화 주역들의 스승으로 알려졌지만, 서구에 대항하기 위해 조선을 수중에 넣어야 한다는 정한론(征韓論) 등을 주장했다.

아사히는 집권 자민당이 중도 보수 성향 공명당과 결별하고 강경 보수 성향 일본유신회와 새롭게 연정을 수립하면서 다카이치 총리가 '보수 회귀' 색채를 선명히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짚었다.

요미우리신문도 다카이치 총리가 재임 중 개헌안 발의, 외국인 규제 강화 등을 언급하며 보수 회귀 노선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회에서 자민당과 유신회 의석수가 과반에 미치지 못해 야당에 협력을 요청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총리가 방위비(방위 예산) 증액과 방위력 강화를 천명한 전날 연설에 대해 일부 야당은 경계감을 나타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우리가 브레이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도 개혁 노선 측면에서 (정책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위치가 바뀐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도 "방위 정책에서 성급하게 나아가려는 자세가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의 일부 발언에 대해 "독재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마이니치는 이날 '아베 2.0으로 돌진하는 위태로움' 제하 사설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향해 "시대가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 과거 노선으로 회귀하려는가"라며 "검증과 반성 없이 돌진하기만 하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방위력 강화 방침에 대해 "국회 등에서 논의가 깊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변 여러 나라의 우려를 야기해 긴장감을 높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다당화가 진행돼 '아베 1강' 시대는 과거의 것이 됐다"며 "새로운 상황에 맞는 정권 운영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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