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혁당 재건위' 故강을성 재심 무죄 구형…검찰 "유족에 사과"
유족 "이제 진실 앞에서 무죄로 해원할 수 있게 돼"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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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방법원 [촬영 안철수]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검찰이 박정희 정권 시절 '통일혁명당(통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당한 고(故) 강을성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은 29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강민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강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의 결심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원심에서 피고인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해야 하는 절차적 진실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더 이상 실체적 진술을 온전히 담을 수 없다고 판단되므로 무죄를 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약 50년간 흩어진 기록을 모아 확인하는 절차를 인내하며 오랜 시간 기다려 주신 피고인과 유족에게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유족은 검찰의 구형을 듣고 눈물을 훔쳤다.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강씨의 맏딸 강진옥씨는 발언 기회를 얻어 유가족을 대표해 감사를 표했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가족들에게 한없이 다정했던 아버지가 하루아침에 간첩으로 낙인찍히고 목숨을 잃어 가족들은 오랫동안 힘든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며 "이제 진실 앞에서 무죄로 해원(解寃)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선고는 내년 1월 19일로 예정됐다.
군무원이었던 강씨는 1974년 북한 지령을 받고 통혁당을 재건하려 했다는 혐의로 육군 보안사령부에 체포됐으며, 고문 끝에 사형을 선고받고 1976년 사형이 집행됐다.
그간 통혁당 재건위 사건은 재심에서 여러 차례 무죄가 확정됐다.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1991년 가석방된 고(故) 박기래씨는 2023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간첩단 우두머리로 지목돼 16년간 옥살이했던 고 진두현씨, 징역 10년이 확정됐던 고 박석주씨도 올해 5월 대법원에서 혐의를 벗었다.
1976년 사형 확정 판결을 받아 1982년 사형이 집행된 고 김태열씨는 지난 8월 서울고등법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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