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與 법왜곡죄 도입안에 "'사법부 장악수단' 악용 여지"
"정치적 사안 '소신 재판'에 적용될 위험성…사법부 독립 약화 우려"
"법관 단순과오·소수 견해까지 처벌 소지…고소·고발 남발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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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안 발표…대법원 상황은?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5.10.20 ksm7976@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과제로 추진 중인 법 왜곡죄 도입에 대해 대법원이 "권력이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29일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에 제출한 '법 왜곡죄' 도입 법안(형법 개정안) 검토 의견에서 "법 왜곡죄는 재판과 관련한 불법행위를 범한 법관을 처벌 대상으로 삼기에 사법부의 독립을 약화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법 왜곡죄는 법을 잘못 적용하거나 해석하는 검사와 판사에 대한 징계·처벌을 규정한 것으로, 현재 국회 법사위에 법 왜곡죄 도입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이 계류된 상태다. 민주당은 기존 5대 사법개혁안에 재판소원과 법 왜곡죄 도입을 더한 7대 의제를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법원은 "법 왜곡죄는 연혁적으로도 신권과 왕권 등을 수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고, 법 왜곡죄가 존재했던 국가들인 독일이나 러시아의 경우에도 법 왜곡죄가 히틀러나 스탈린의 독재하에서는 무력할 뿐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정치적 이슈가 되는 사안일 경우 법관의 소신 있는 재판에 대해서 법 왜곡죄 혐의를 씌울 위험성이 있고, 이 경우 법관의 독립적인 사법권 행사를 저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정한 헌법 조항을 언급하며 직업적 양심에 기초해 필연적으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게 되는 법관 직무활동의 특수성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급제는 법률해석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헌법적 테두리 안에서 통일성을 도모하고, 하급심 오류를 수정한다"며 재판에 오류가 있는 경우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했다.
나아가 "법관의 단순한 판단상의 과오나 소수적 견해까지도 수사나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며 "자칫 법관의 직무수행을 지나치게 위축시켜 새로운 시대상이나 당시의 건전한 상식과 경험을 반영한 전향적 판결의 등장, 소수자에 대한 인권 보호 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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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개혁안 관련 발언하는 정청래 대표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발표한 사법개혁안의 반응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5.10.22 hkmpooh@yna.co.kr
대법원은 또 법 왜곡죄의 구성요건인 '왜곡' 용어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법 왜곡'이라는 용어만으로는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하기 어렵다고도 밝혔다.
특히 법 해석과 적용에 폭넓은 재량이 인정되는 법관의 직무와 관련해 '법 왜곡'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어려운 측면이 있고, 이는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검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나아가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도출된 경우 '법 왜곡'을 주장해 불필요한 고소·고발이 남발돼 수사기관 직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현행 직권남용죄의 해석이 매우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므로 법 왜곡이 문제가 되는 사안은 대부분 직권남용죄에 포섭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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