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현스님 "화엄은 죽어가는 단풍이 이루는 장관과 같은 것"
동아시아 정신문화 근원 조명한 '한방에 깨닫는 법, 마음 혁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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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현스님 [촬영 이세원]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올림픽 같은 방식으로 해버리면 한 사람이 금메달을 따고 다수는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아시아 정신문화와 수행의 근원을 조명한 단행본 '한방에 깨닫는 법, 마음 혁명'(불광출판사)을 출간한 자현스님은 물질 중심의 문명이나 획일화된 기준에 맞춰가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29일 이렇게 표현했다.
출간을 기념해 이날 서울의 한 법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현스님은 "모두가 각각의 특수성으로 인정되면 사람들은 다 완성된 완결성을 가지고 있는 셈"이라며 이처럼 개별성과 통합성의 조화로운 경지를 얘기했다.
스님은 책에서 인류의 의식을 이끈 양대 산맥이 인도 문화권과 동아시아라 보고 이 가운데 동아시아의 정신 문화적 특징을 소개한다. 불교, 유교, 도교 등이 혼재하며 형성된 동아시아 문화 구조를 해석하고 이것이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알려준다.
자현스님은 "동아시아적인 정신문화의 특징에 대한 것들은 제대로 정리된 게 지금까지 없었다"며 "서구와 변별되는 우리만의 특징들을 확립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스님은 책에서 현실을 긍정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결핍도 행복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미래가 아니라 지금도 완전하다고 자각하라는 것이다.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이런 태도는 수행 무용론처럼 보이기도 한다.
"도(道)는 수(脩·닦음)에 속하지 않는다. 만약 닦음으로 얻는다고 말한다면 수(脩)로 성취된 것은 다시금 무너지리니, 곧 성문(聲聞)과 같다. 그렇다고 닦음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이제는) 범부와 같게 된다."
자현스님은 "동아시아에서 이야기하는 완전성이라는 것은 일상을 긍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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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이미지 [불광출판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성철스님 법어에서 얘기해 유명해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말의 원전을 책에서 소개하고 이 역시 현실 긍정의 태도를 담고 있다고 풀이한다.
자현스님은 이런 세계관을 지니게 되면 저절로 화엄(華嚴) 세계가 될 것이라며 화엄이라는 것이 마치 단풍과 같다고 비유했다.
"단풍은 나뭇잎이 떨어져서 죽어가는 과정인데 어느 하나도 똑같은 나뭇잎은 없어요. 그것들이 다 어우러져서 거대한 장관을 이루는 게 단풍이에요. 어떤 것은 지저분하니까 빼고 어떤 것은 색이 다르다고 빼버리면 화엄이 아니죠."
스님은 동아시아의 정신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고통에서 벗어난 삶을 찾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책에서 강조했다.
"동아시아의 정신문화적 특징은 현대인의 정신 혁명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를 인식한다면, 우리는 행복을 위해 배우고 그 자체로 행복이 되는 영원한 자유로 존재할 것이다."
자현스님은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율장), 고려대 철학과(선불교), 동국대 미술사학과(건축)·역사교육학과(한국 고대사)·국어교육학과(불교 교육)·미술학과(고려불화)·부디스트비즈니스학과(강릉단오제), 중앙승가대 불교학과(명상 상담)에서 모두 8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불교와 인문학을 아우르는 논문 200여 편을 한국연구재단 등재지에 수록한 연구하는 승려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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