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회담] 관세·희토류·농산물…'휴전·확전자제' 수준 합의
對中관세 10%P↓·희토류 수출통제-입항수수료 유예·대두 수입 재개
반도체엔 "中-엔비디아 사이의 문제"…민감이슈 양안문제는 논의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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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종료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2025.10.30 handbrother@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30일 김해공항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시행 중인 합성마약 펜타닐 관련 징벌적 세를 기존의 20%에서 10%로 낮추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중국이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양안 문제(대만-중국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는 등 이날 정상회담의 의제는 주로 무역과 경제 이슈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AFP와 로이터,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김해공항 공군기지 의전실인 나래마루에서 만나 약 1시간 40분간 회담한 뒤,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 美, 펜타닐 관련 징벌적 관세 10%로 내려…中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로 화답
먼저 중국은 미국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합성마약 펜타닐 문제와 관련, 펜타닐 제조에 쓰이는 원료물질의 미국 유입을 막기 위한 보다 강력한 조처를 하기로 합의했다. 대신에 미국은 중국에 대한 펜타닐 관련 관세를 기존의 20%에서 10% 낮추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 출범 뒤 합성마약 펜타닐의 원료 공급처로 중국을 지목하고, 펜타닐이 캐나다·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면서 중국에 20%의 펜타닐 관세를 부과해왔다. 이 관세를 10%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현 시점에서 적용되고 있는 미국의 대(對)중 관세율은 평균 55% 수준에서 45%로 내려가게 됐다.
중국은 아울러 미국이 강력히 반발해온 희토류 수출 통제는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희토류는 전투기, 반도체, 자동차 등 다양한 군수·민간 용품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광물로, 중국의 매장량이 많은 데다 채굴과 정제가 어려워 가공을 사실상 중국이 독점해 왔다.
중국이 지난 4월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핵심 광물의 수출을 중단하기로 하자 전 세계 관련 업계가 희토류 수급의 차질을 겪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취재진에게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면서 이후 유예를 매년 연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또 대두를 비롯한 미국산 농산물을 즉시 구매하기로 했다. 대두는 미국이 중국에 판매하는 최대 규모 농산물로, 전체 수출량의 절반을 중국이 차지한다.
올해 중국이 미국의 관세 장벽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산 대두에 추가 10%의 관세를 부과했고, 가을 수확철을 앞두고는 사실상 수입을 중단해 미국 농가들이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내달 중순 만료되는 미중 간 '초고율 관세 유예' 기간의 재연장 문제에 합의했는지 여부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미국이 중국과 무역 합의를 "조만간" 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장애물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에 들어오는 중국에서 건조됐거나 중국이 소유한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 조치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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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종료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2025.10.30 handbrother@yna.co.kr
이에 화답해 중국 역시 보복 조치로 발표했던 미국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를 유예했다고 NYT가 전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4월 중국 운항 및 중국산 선박 대상 입항 수수료 부과 정책을 발표하고 이달 중순부터 중국 선박에 항만 서비스 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중국 역시 미국 기업·단체·개인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선박, 미국 국기 게양 선박, 미국 건조된 선박 등에 입항 수수료 부과로 맞섰다.
양국 정상은 또 향후 인공지능(AI) 생태계 핵심 부품인 반도체 관련 논의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반도체의 대중국 판매 문제를 두고 중국 당국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AI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최신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왔다. 이에 엔비디아는 지난해 대중 수출 통제 요건에 맞는 저성능 칩 H20을 내놨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4월 이 제품의 수출도 금지해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중국과 앤비디아 사이의 문제라고 말했다"면서 "우리는 일종의 중재자, 심판"이라고 말했다.
미중간 갈등 요소의 하나인 반도체 수출통제 문제를 중국과 엔비디아와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거리두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인 '블랙웰'의 중국 공급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막 어제 출시된 블랙웰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많은 칩이 있다"면서 "그리고 그건 우리한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 최첨단 AI칩을 제외하고는 반도체를 많이 팔아야 AI 산업에서 미국의 우위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 中 '핵심 안보문제' 대만은 의제에서 빠져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자국의 핵심 안보 사안으로 여기는 대만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4일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을 잇달아 방문하는 아시아 순방길을 시작하면서는 시 주석과 대만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시간이 지나며 미묘하게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회담 전날인 29일엔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시 주석이 대만 문제를 두고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물음에 "대만 관련 논의를 할지조차 모르겠다. 그가 물어보길 원할지도 확실치 않다. 대만은 대만이다"라며 이 문제가 양국 정상간 주요 의제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뉘앙스로 답했다.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는 중국은 양안 문제를 핵심 군사·전략적 이슈로 다뤄오며 매우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특히 중국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 27일엔 대만 주변 해역과 공역에서 폭격기 훈련을 진행하고, 전날인 29일에는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이 대만과의 통일 추진과 관련해 무력 사용 포기를 약속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긴장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번 회담에서 대만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지만 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결과 관련해선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오래" 논의했다면서 "우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 휴전을 하도록 중국의 중재 또는 압박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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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종료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2025.10.30 handbrother@yna.co.kr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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