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인사전횡 사실이었나...특검서 속속 드러난 청탁 정황
특검, 매관매직 의혹 서희건설·김상민·이배용 등 수사 주력
뇌물 등 적용가능할지는 미지수…尹조사로 공모관계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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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나서는 김건희 여사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5.8.12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김건희 여사가 각종 인사 청탁을 받은 정황이 특검 수사로 속속 드러나면서 그가 윤석열 정부의 공직 임용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짙어지는 흐름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29일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서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20대 대선 직후 8명의 대통령실 채용을 청탁한 증거를 공개했다.
제시된 명단에는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 내 네트워크본부에서 일한 8명의 신원과 대통령실 채용 시 희망 직책이 담겼다.
이 가운데 2명이 실제 대통령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 인사비서관을 희망했던 인물은 대통령실에 가지는 못했으나 그해 9월 총영사로 발령 났다.
특검팀은 이 같은 청탁이 김 여사 측에 실제로 전달됐다고 보고, 채용에 그가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부인은 헌법·법률상 권한이나 책임이 없다. 공식 직책이 없는 민간인이 공직 인사와 같은 국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 위법 소지가 커진다.
김 여사에게 전씨와는 다른 경로로 경찰 인사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특검팀은 지난 7월 모친 최은순씨의 요양원을 압수수색하다가 경찰 인사 문건도 발견했다. 문건에는 총경 2명·경정 2명의 이력, 그리고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요직을 맡으면 잘 수행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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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왼쪽)와 '건진법사' 전성배 씨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2025.8.12 [공동취재] 2025.8.18
이같이 임용·승진을 원하는 청탁이 정식 계통이 아닌 김 여사나 그 일가를 통해 정권에 전달·실현된 사실이 수사로 드러나면 '인사전횡' 책임도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지난 8월 29일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정치자금법 위반(명태균 공천개입)·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건진법사·통일교 청탁 의혹) 혐의로 김 여사를 구속기소 한 뒤, 금품을 받고 공직을 팔았다는 '매관매직' 의혹 규명에 집중해왔다.
서희건설 측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등 귀금속을 선물하며 맏사위인 검사 출신 박성근 변호사가 공직에서 일할 기회를 달라고청탁했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지난 8월 특검팀에 냈다.
박 변호사는 이봉관 회장이 김 여사에게 목걸이를 선물한 날로부터 약 3개월 뒤인 2022년 6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이우환 화백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을 1억4천만원에 구매한 뒤 김 여사에게 전달해 지난해 치러진 4·10 총선 공천 등을 청탁했다는 혐의를 받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도 지난달 2일 구속기소 됐다.
특검팀은 최근에는 정권 초기 김 여사 측에 금거북이 등을 건네고 인사를 청탁했다는 의혹의 당사자인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에 대한 수사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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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출석한 윤석열·김건희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2025.9.26 2025.9.24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여사의 인사개입 사실이 확인된다고 해도 법리상 윤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구체적으로 규명하지 못하면 처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직 인사를 청탁하면서 금품이 오간 사실이 확인되면 일반적으로 청탁금지법 위반이나 뇌물, 직권남용죄 등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혐의들은 김 여사처럼 공직이 없는 민간인은 원칙적으로 적용 대상이 아니다.
김 여사에게 혐의를 적용하려면 윤 전 대통령 등 공직자와 공모했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김 여사는 지난해 10월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 때도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 1회에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하지만 별도 처벌 조항은 없다.
뇌물, 직권남용죄도 일정한 신분이 있는 사람만 정범이 되는 신분범 범죄다. 각각 공무원인 사람이 금품을 받거나, 직권을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만들었을 때 성립한다.
특검팀이 김 여사와 청탁 당사자로 지목된 이들의 수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공모자로 지목되는 윤 전 대통령 직접 조사가 필수인 셈이다.
특검팀은 이달 내로 김 여사를 소환한 뒤 그간 대면조사를 거부해왔던 윤 전 대통령까지 연이어 조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윤 전 대통령이 이에 응할진 여전히 불투명하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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