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포커스] "고혈압,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뇌 기능에 영향"
미국 연구팀 "생쥐에 고혈압 유발 호르몬 투여…3일 만에 뇌에 변화"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고혈압은 혈압이 측정 가능할 정도로 상승하기 훨씬 전부터 뇌의 혈관과 신경세포, 백질(white matter)에 손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혈압을 높이는 호르몬을 투여해 고혈압을 유발한 생쥐 실험에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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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미국 코넬대 와일코넬의대 코스탄티노 이아데콜라 교수팀은 17일 과학 저널 뉴런(Neuron)에서 생쥐에게 사람 혈압을 높이는 호르몬인 앤지오텐신Ⅱ을 투여한 결과 혈압 상승 전인 3일 만에 인지기능 저하에 관여하는 주요 세포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는 고혈압이 왜 혈관성 인지장애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질환의 위험 요인인지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이 결과가 혈압을 낮추는 동시에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혈압 환자는 혈압에 문제가 없는 사람에 비해 인지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1.2~1.5배 높지만 그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현재 사용되는 많은 고혈압 치료제는 혈압을 낮추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뇌 기능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이는 혈압 상승과 관계 없이 혈관 변화 자체가 인지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생쥐에게 혈압을 높이는 호르몬 앤지오텐신Ⅱ를 투여한 다음, 3일 뒤부터 42일 후까지 뇌의 여러 유형 세포에 나타나는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앤지오텐신Ⅱ 투여 3일 후 혈압 상승은 없었지만 혈관내피세포와 신경세포 간 정보를 조정하는 인터뉴런,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미엘린을 만드는 희소돌기아교세포(oligodendrocyte)의 유전자 발현이 급격히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관 내면을 이루는 혈관내피세포는 에너지 대사가 떨어지고 노화 지표가 증가하는 등 조기 노화 징후를 보였고, 뇌에 해로운 물질이 침투하는 것을 막는 뇌혈관장벽(BBB)이 약해지는 신호도 포착됐다.

또 신경세포에서 흥분·억제 신호의 균형을 조절하는 인터뉴런이 손상돼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보이는 것과 유사한 흥분과 억제 불균형이 나타났다.

신경섬유를 둘러싸 보호하는 미엘린(myelin)을 만드는 희소돌기아교세포는 유지와 교체에 필요한 유전자들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았다. 희소돌기아교세포 손상으로 미엘린이 부족해지면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앤지오텐신Ⅱ 투여 42일 후에는 유전자 발현 변화가 더욱 광범위하게 나타났으며, 고혈압과 함께 인지 저하가 뚜렷해지고, 미엘린 형성과 신호전달 기능 손상뿐 아니라 신경세포 미토콘드리아 기능에도 장애가 발생했다.

논문 공동 제1 저자인 앤서니 파콜코 박사는 "고혈압이 가장 초기 단계에 세포 및 분자 수준에서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것은 신경 퇴행을 차단하는 방법을 찾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아데콜라 교수는 "고혈압은 심장과 신장을 손상시키는 주요 원인이지만 이런 손상은 항고혈압제로 예방할 수 있다"며 "고혈압을 치료하는 것은 인지 기능과 무관하게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출처 : Neuron, Costantino Iadecola et al., 'Hypertension-induced neurovascular and cognitive dysfunction at single-cell resolution', https://www.cell.com/neuron/abstract/S0896-6273(25)007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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