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거침없는 핵실험·무력과시…돌아온 '핵 군비 경쟁'
WSJ "수십년만에 핵무기가 세계 정치의 전면에 재등장"

美, 北 포함한 3개의 '핵 보유국' 상대로 '동시성 문제'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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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 중국 열병식에서 공개된 핵미사일 행렬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냉전의 유물처럼 여겨졌던 강대국들의 핵 군비 경쟁의 열기가 최근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기존 핵무기를 감축하기보다 신형 핵무기를 실험하거나 무장 확대에 열을 올리면서 핵무기가 세계 정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의 핵무기 수를 줄이고 싶다면서도 다른 경쟁국이 군축에 나서지 않는다면 미국이 핵무기 수를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달에는 1992년 이후 33년 만에 핵실험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추가 지원을 억제하는 데에 핵 위협을 여러 차례 활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최근에는 대표적인 친러시아 국가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했다. 신형 핵추진 대륙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와 핵추진 수중 드론 '포세이돈' 관련 주요 실험에 성공한 사실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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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트럼프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러시아와 미국은 내년 2월 만료되는 신(新)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을 나름대로 준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약조차 없는 중국은 매우 빠른 속도로 핵무장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은 2030년대 중반이면 배치된 핵탄두 수에서 미국과 동등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앞서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자국의 육해공 핵 3축 체계를 처음으로 전 세계에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과학자연맹에 따르면 현재 미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퇴역한 물량 3천700기를 포함해 5천177기다. 러시아는 5천459기, 중국은 600기를 보유 중이다.

여기에 북한도 현재 핵탄두 약 50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이후 러시아와 군사적 밀착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 매슈 크로닉 연구원은 "지금은 핵무기를 감축하는 것이 아니라 확충하는 흐름"이라며 "우리는 '세 번째 핵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이 시대는 1990년대나 2000년대보다 오히려 냉전 시대와 더 비슷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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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시진핑, 김정은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WSJ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군에 대만 장악 준비를 지시했다는 점을 짚으면서 미군 지휘부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거론되는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이른바 '동시성 문제'가 거론된다고 전했다.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단행하는 경우, 나토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한 러시아의 군사행동이 촉발되는 동시에, 북한의 한국 침공까지 이어질 가능성이다.

핵협의그룹(NCG) 미국 측 대표를 지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핵안보정책센터 소장은 "미국의 핵 현대화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러시아가 우리와 함께 핵 감축을 계속하고 중국과 북한이 도전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배경으로 설계됐다. 그런 모든 추정이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럽에서 지역 분쟁이 벌어지고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거나 그 반대의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는 전력과 자원이 분산돼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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