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진 김건희 '셀프 수사무마' 의혹…尹, 검찰 움직였나(종합)
특검, 윤석열·김건희·박성재 '3각 공모' 규명 여부가 최대 과제

'국정농단' 민간인 최순실, 직권남용 유죄 확정 사례 참고할 듯

尹, '도이치 불기소' 발표 전날 박성재에 "혐의없음" 메시지 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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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표정의 김건희 여사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25.8.12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마하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연락했다는 의혹이 최근 새롭게 불거지면서 이를 들여다보는 특별검사 수사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김 여사가 박 전 장관에게 '내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느냐'는 메시지를 보내고, 검찰 수사팀 인사에 대한 '지라시'도 전달한 사실이 최근 내란특검팀 수사로 드러났다.

해당 지라시는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항의성으로 김 여사에 대한 신속 수사를 지시한 끝에 수사팀 지휘부가 교체됐다는 내용으로 전해졌다.

명품백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시화하자 박 전 장관을 통해 '셀프 수사 무마'를 시도한 게 아니냐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은석 내란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보고 세 사람을 묶어 '정치적 운명 공동체'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란특검팀은 김 여사 수사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정황이 잡힌 박 전 장관에게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를 겨냥한 수사는 민중기 특검팀의 몫이 됐다.

그간 김 여사의 각종 의혹을 규명해온 민중기 특검팀은 내란특검으로부터 각종 통신자료를 확보하는 대로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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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들어서는 윤석열·김건희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2025.9.26 2025.9.24

민중기 특검팀은 김 여사에게 일단 직권남용죄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면 처벌한다. 민간인인 김 여사에게 혐의가 적용되려면 공무원과 공모가 입증돼야 한다.

이를 적용하려면 일단 수사를 통해 윤 전 대통령 또는 박 전 장관이 김 여사와 공범 관계임을 규명하는 게 전제 조건이다.

이전에도 민간인이 공직자와 공범 관계로 묶여 직권남용 혐의로 처벌받은 전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가 박 전 대통령·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직권남용 공범 등 혐의로 기소됐고, 2020년 징역 18년 등 형이 확정됐다.

최씨가 연루된 직권남용 사건 9개 가운데 ▲대기업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한국관광공사 산하 공기업에 장애인펜싱팀 창단 및 특정 업체와 매니지먼트 계약 요구 ▲삼성그룹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요구 등이 유죄로 인정됐다.

해당 사례에서도 보듯 민간인과 공무원의 명확한 공범 관계, 해당 공무원의 직무상 권한과의 연관성 등이 주된 쟁점이 되는 만큼 수사를 통해 이를 규명하는 게 관건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여사의 경우도 직무상 권한이 아예 없는 터라 윤 전 대통령이나 박 전 장관 등의 행적이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에 부합하는지 등에 따라 형사처벌 여부가 정해질 공산이 크다.

그런 만큼 특검팀은 김 여사가 연루된 직권남용 행위를 기획·지시한 '윗선'을 파악해 공범 관계를 확정하는 작업부터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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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특검, 양평 공무원 사망 관련 감찰 결과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김건희 여사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박상진 특검보가 27일 서울 종로구 특검 사무실에서 양평군 공무원 사망 감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11.27 eastsea@yna.co.kr

내란특검은 이미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와 공모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총장이 명품백 수수 의혹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한 지난해 5월 수시로 박 전 장관에게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달 12일엔 박 전 장관에게 4차례 전화해 총 42분간 통화했다.

이튿날인 13일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장·1∼4차장검사를 전원 물갈이하고 대검찰청 참모진도 대폭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를 계기로 이 전 총장과 정권의 갈등설이 증폭되기도 했다.

민중기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수사 책임·실무진의 정당한 권리 행사가 방해받았는지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6일에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놓고 박 전 장관에게 '혐의없음이 명백하다'는 취지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고 이후 30분가량 텔레그램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다음 날 김 여사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방조 혐의를 물을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윤 전 대통령이 무혐의 지침을 주며 사실상 수사 결과를 지휘했을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직권남용의 경우 법원이 직권의 존재·행사·남용 여부를 중심으로 법리를 엄격하게 해석해온 만큼 혐의 입증이 까다로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인 한 변호사는 "법리상 김 여사가 단순히 압박을 가한 수준을 넘어 자신에 대한 수사가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내도록 만들었음이 규명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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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팀 현판식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가 2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특검보들과 함께 현판식을 가졌다.

이날 민중기 특검 사무실에 걸린 현판 앞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2025.7.2 [공동취재] dwise@yna.co.kr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박 전 장관을 통해 또는 김 여사가 직접 박 전 장관과 짜고 자기 사건에 대해 기소하겠다는 일선 수사팀 의견을 불기소로 바꿨다는 게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한다는 취지다.

특검팀에게 수사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되는 요소다.

특검팀의 활동 기간은 다음 달 28일 끝나 앞으로 4주 안에 수사를 끝내야 한다.

특검 수사로 김 여사를 중심으로 한 윗선의 범위와 정체가 규명되면 반대급부로 검사나 수사관 등 권리 행사를 방해받은 공무원들도 특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 수사에 관여한 공무원들이 고의로 직무를 유기했는지를 비롯해 김건희특검법상 2조 1항에 12호, 14호, 15호로 규정된 사건의 전모도 규명될지 주목된다.

12호는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의 지위나 대통령실 자원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의혹 사건을 가리킨다.

14호는 공무원 등이 직무를 유기하거나 직권을 남용해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지연ㆍ은폐·비호한 의혹, 15호는 윤 전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 사건이다.

특검팀은 각종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를 다음 달 4일과 11일 소환한 뒤 그간 소환에 불응해온 윤 전 대통령도 17일 불러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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