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최대반군, 도시봉쇄 예고…"美제국주의 대항" 주장
ELN, 14∼17일 이동 자제 경고…정부군 공세 대응 성격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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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반군 활동지 인근에서 경계 근무하는 장병 [쿠쿠타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콜롬비아 최대 반군 세력이자 마약 밀매에 관여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민족해방군'(ELN)이 지역사회를 봉쇄한 채 전투 훈련을 수행하겠다고 12일(현지시간) 예고했다.
ELN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트럼프의 신식민주의 계획에 대응한 저항'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제국주의적 개입과 국민을 배신하는 과두정치 행태에 맞서 우리는 14일 오전 6시부터 72시간 동안 무장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ELN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카리브해 일대에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것에 대해 "우리의 천연자원과 국부 약탈을 더 심화시키려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국민은 정해진 기간 도로나 항행할 수 있는 강을 통한 이동을 자제하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공공기관 요원들과 섞여 있지 말라"고 경고했다.
최근 미군은 마약을 운반했다고 의심되는 선박을 격침하고 카리브해 일대에 항모전단을 배치하는 등 마약 카르텔 척결을 명분으로 삼아 역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를 겨냥한 트럼프 정부의 병력 증강에 대해 콜롬비아 일각에서는 '우리에게로 총부리를 돌릴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 10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미군이 "상당량의 마약을 운반한" ELN 선박을 공해상에서 격침해 3명을 "제거"했다고 밝힌 바 있다.
1964년 결성된 ELN은 카타툼보를 비롯한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국경 부근을 근거지로 삼고 마약 밀매와 불법 광물 채취 등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마약 코카인 원료 작물(코카) 생산지인 카타툼보는 애초 또 다른 반군 단체였다가 정부와의 협상 이후 제도권으로 편입된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영향 아래 있었는데, ELN이 최근 FARC 잔당을 노리고 공세를 강화한 것으로 콜롬비아 당국은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LN의 '전투 훈련 계획'은 실제 트럼프 정부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나왔다기보다는 콜롬비아 군·경의 '게릴라 소탕 작전'에 대한 대응책 성격이 더 짙은 것으로 분석된다.
콜롬비아 국방부는 이날 카타툼보 인근 쿠쿠타에서 군·경 합동 안보 회의를 열었다고 엑스를 통해 알리면서 "병력 500명과 22대의 장갑차 및 무인 비행장치(드론)가 일대에 투입됐으며, 올해 말까지 304명의 경찰관이 더 배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트로 산체스 국방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카타툼보 지역 질서 회복 전략의 일환으로 폭격을 포함한 국가의 합법적인 권력을 총동원할 것"이라면서 "이는 정당한 무력 사용이며, 우리는 관련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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