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군정 '34명 사망' 병원 폭격 인정…"무장단체 거점" 주장
유엔 "민간인 공격" 미얀마 군정 비판…WHO 사무총장 "충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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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정 공습받아 파괴된 종합병원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미얀마 군사정권이 최근 자국 종합병원을 폭격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소수민족 무장단체의 거점이었다고 주장했다.

14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정은 지난 10일 서부 라카인주에 있는 종합병원을 폭격했다고 인정했다.

당시 미얀마 군정 전투기가 폭탄을 2차례 투하해 병원에 있던 환자와 의료진 등 34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쳤다.

이후 미얀마 군정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며칠이 지나 뒤늦게 공습 사실을 발표했다.

미얀마 군정 정보국은 무장단체들이 해당 병원을 거점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무장단체에는 소수민족 아라칸족(라카인족)의 군사 조직인 아라카군를 비롯해 미얀마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시민방위군(PDF)과 바마르 시민해방군(BPLA)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군정은 당시 병원 건물에서 대테러 작전을 했다며 사망자와 부상자는 반군 무장단체와 그 지지자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엔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민간인과 민간 시설에 피해를 준 광범위한 공습 유형 가운데 하나라며 미얀마 군정이 전국에서 지역 사회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기본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공격한 행위에) 충격받았다"며 지역 사회 전체의 의료 서비스가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11개 회원국이 속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 말레이시아도 전날 성명을 통해 민간인과 의료시설을 향한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며 미얀마 군정의 병원 공습을 규탄했다.

AP는 아세안이 회원국인 미얀마를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아라칸군은 국제기구와 협력해 책임을 추궁하고 미얀마 군정을 상대로 강력하고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미얀마 군정이 병원 공격 후 라카인주 5개 마을에서 야간 공습을 잇따라 벌여 민간이 8명이 추가로 숨지고 10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군정은 오는 28일 총선을 앞두고 반군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을 탈환해 투표 지역을 늘리려고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둔 2020년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 쿠데타를 일으켰다.

인권단체 국제엠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군부는 쿠데타 이후 6천명 넘게 살해하고 2만명 넘게 임의로 구금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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