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4·3 강경진압' 박진경 유공자 등록 취소 검토하라"(종합)
무공수훈 근거로 등록 승인 후 논란…보훈부·보훈장관 사과하기도
현행법, 무공훈장 있으면 심의·의결 생략…대통령실 "논란 부분 재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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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부처 업무보고 발언 (세종=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2 xyz@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고동욱 황윤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4·3사건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한 고(故)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1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국가보훈부에 이런 지시를 내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무공수훈자의 경우 심의·의결 없이 (국가유공자로) 자동으로 결정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것을 한 번 더 심의하고 검토해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국가유공자가 되려면 보훈심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국가유공자법 6조 4항 및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박 대령처럼 무공훈장을 받은 경우 심의·의결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이처럼 논란이 있는 인물이 무공훈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별도 심의 없이 자동으로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는 현행 체계가 적합한지 다시 검토해보라는 게 이 대통령의 지시라고 강 대변인은 밝혔다.
강 대변인은 다만 "(박 대령 외에) 모든 무공수훈자와 관련해 소급해서 하거나 전수 조사를 하는 개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 대령은 1948년 5월 당시 제주에 주둔하고 있던 9연대장으로 부임해 도민에 대한 강경 진압 작전을 지휘한 인물로, 4·3단체들로부터 양민 학살 책임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앞서 지난 10월 서울보훈지청은 무공수훈을 근거로 박 대령의 유족이 낸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승인했다. 지난달 4일에는 이 대통령과 권오을 보훈부 장관 직인이 찍힌 국가유공자증도 유족에 전달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보훈부는 입장문을 내고 "제주 4·3과 관련한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제주도민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권 장관도 지난 11일 직접 제주를 찾아 "보훈부 장관으로서 희생자 유족들과 제주도민들께 정말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시 권 장관은 유공자 등록 취소와 관련해 "절차를 모두 검토했지만, 그것은 입법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현 제도에서는 등록을 취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직접 등록 취소 검토를 지시한 만큼 보훈부도 추가로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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