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전면으로 내세워 우리 것을 세계화"…뮤지컬 '몽유도원'
최인호 소설 '몽유도원도' 원작…백제 도미전 설화 그려
윤호진 연출 "시계 볼 틈 없는 작품…내후년 브로드웨이 공연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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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몽유도원' 제작발표회 (서울=연합뉴스) 7일 화성예술의전당 동탄아트홀에서 열린 뮤지컬 '몽유도원'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우혁, 김주택, 하윤주, 유리아, 이충주, 김성식, 정은혜. 2026.1.7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김부식의 '삼국사기'에서 나오는 도미전 설화는 백제 왕이 도미의 부인을 빼앗으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도미와 부인이 기지를 발휘해 왕의 명령을 피하고 시련을 겪고 해후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도미와 부인의 애절한 사랑, 권력자의 욕심 등을 그린 이 설화가 이달 말 뮤지컬 '몽유도원'으로 재탄생한다. 뮤지컬 '명성황후'·'영웅' 등 한국적인 소재로 무대를 만들어온 제작사 에이콤이 무대를 꾸민다. 고(故) 최인호 작가가 도미전 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 '몽유도원도'를 원작으로 했다.
"한국적인 것이 호소력 있고 문화적인 경쟁력이 있는 이 시대에 '몽유도원'은 용기 내서 국악을 전면으로 내세움으로써 우리 것을 세계화하는 작업이었습니다."(김문정 음악감독)
'몽유도원' 창작진은 7일 경기 화성예술의전당 동탄아트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번 작품이 한국적인 요소를 중심에 둔 뮤지컬이라고 강조했다.
'몽유도원'은 백제의 왕 여경이 꿈에서 본 여인 아랑에게 마음을 빼앗긴 뒤 벌어지는 일을 줄거리로 한다. 아랑과 부족의 지도자 도미는 혼인을 한 사이지만, 여경의 욕망이 그치지 않으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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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몽유도원'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제작진은 이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음악, 의상, 세트 등에서 우리의 것이 묻어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배경으로 나오는 영상도 탁영환 작가가 참여해 수묵화 풍으로 꾸몄다. 이는 '한국적인 것의 세계화'라는 기획 의도에서 비롯됐다.
그러면서도 서양의 요소들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국악에 팝, 록 등의 장르를 혼합한 게 대표적이다.
오상준 작곡가는 "현대적인 뮤지컬을 중심으로 두되, 한국적인 정서를 잘 녹여내는 게 목표였다"며 "우리 전통의 악기가 팝이나 록,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 곳곳에 스며들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고 공존하는 음악적인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출연진도 국악인 하윤주, 창극 배우 정은혜, 성악 전공의 뮤지컬 배우 김주택 등을 기용해 다양한 목소리의 조화를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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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몽유도원' 제작발표회 (서울=연합뉴스) 7일 화성예술의전당 동탄아트홀에서 열린 뮤지컬 '몽유도원' 제작발표회에서 유리아(왼쪽)와 하윤주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7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만큼 복잡한 서사 대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서사로 만들었다. 안재승 작가는 디즈니 뮤지컬을 참고해 이야기·캐릭터의 구조와 넘버 등을 구성했다.
동시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원작 소설의 요소를 각색하는 작업도 했다. 원작에서 아름다움을 탐하는 절대군주 여경은 정치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꿈의 여인에게 집착하는 인물로, 정절을 지키려는 아랑은 보다 적극적인 여성상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윤홍선 프로듀서는 "제작 단계부터 세계화를 염두에 두고 만든 대형 뮤지컬"이라며 "한국의 역사나 고전을 모르더라도 사랑·구원·희생 등의 보편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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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몽유도원' 제작발표회 (서울=연합뉴스) 7일 화성예술의전당 동탄아트홀에서 열린 뮤지컬 '몽유도원' 제작발표회에서 민우혁(왼쪽)과 김주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7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윤호진 연출은 오래전 최인호 작가의 소설을 보고 마음을 빼앗겨 뮤지컬 제작을 추진해 2002년 작품을 처음 선보였다. 그러나 그가 만족할 만한 작품은 아니었다. 그는 초연 준비 기간을 포함해 이번 작품을 선보이기까지 27년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윤 연출은 "최인호 작가와 처음 얘기할 때 '이 작품이야말로 무대로 만들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감동하는 소재가 아닌가' 했다"며 "2002년에 초연했지만, 기술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제 마음에 들지 않은 상태로 끝났다"고 떠올렸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의 아름다운 설화를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창극 '서편제'를 연출하면서 (국악에) 보석 같은 것들이 많이 녹아 있다는 점을 깨달았고 이를 뮤지컬 양식에 집어넣는 게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닌가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계 볼 틈이 없는 작품을 만드는 게 제 연출의 목표"라면서 "이번에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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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몽유도원' 제작발표회 7일 화성예술의전당 동탄아트홀에서 열린 뮤지컬 '몽유도원' 제작발표회에서 배우와 제작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7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윤 연출은 '몽유도원'을 2028년 2∼3월경에 미국 브로드웨이에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우리 동양은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선이 모호하다"며 "이런 작품은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에서도) 처음이지 않나 싶다"고 했다.
'몽유도원'은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후에는 샤롯데씨어터로 극장을 옮겨 상연된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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