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nsplash의John Thomas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남의 집에 가서 주인이 주는 음식을 먹고, 싱거워 맛이 없다고 불평하였다.
주인이 그 말을 듣고 소금을 넣었다. 그는 소금을 넣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는 생각하였다.
‘음식이 맛있는 것은 소금 때문이다. 조금만 넣어도 맛있는데 많이 넣으면 얼마나 더 맛있을까?’
그리고 그 어리석은 사람은 무지하게도 쓸데없이 소금만 먹었다. 소금만 먹고는 입맛을 잃어 도리어 병이 되었다.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저 외도들이 음식을 절제하여야 도를 증득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7일 혹은 보름 동안 음식을 끊었으나 배만 고플 뿐 도에는 아무 이익이 없었던 것과 같다.
저 어리석은 사람이 소금이 맛있다고 쓸데없이 소금만 먹어 입맛을 잃은 것처럼 이것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昔有愚人至於他家,主人與食嫌淡無味,主人聞已更爲益鹽。旣得鹽美,便自念言:“所以美者緣有鹽故,少有尚爾況復多也?”愚人無智便空食鹽,食已口爽返爲其患。譬彼外道聞節飮食可以得道,卽便斷食或經七日或十五日,徒自困餓無益於道。如彼愚人,以鹽美故而空食之,致令口爽,此亦復爾。(《백유경(百喩經)》 권1)

■ 《백유경百喩經》에 대하여


《백유경》은 산스크리트어 Śatāvadāna-sūtra의 번역어로 편찬자는 구나브리티(求那毘地)로 알려졌다. 5세기 전반에 활약한 인도의 승려 상가세나(僧伽斯那)의 저술로 알려진 《샤타바다나수트라》를 그의 제자 구나브리티(求那毘地)가 492년에 한역하면서 《백유경》이라고 하였다. 총 4권으로 구성되었다.

이 경은 98가지의 우화로 구성된 일종의 비유 경전(譬喩經典)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재미 있는 설화·비유 등을 통해 집대성하였다. 따라서 현학적인 교리 해석이 아니라 일반 민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우화로 풀어 설명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외도(外道)를 믿거나 불교를 모르는 사람들이 불교에 대해 품었던 회의와 반발 등을 적절한 교훈으로 회유하는 장면들이 많다. 이역본(異譯本)으로 《백구비유경(百句譬喩經)》, 《백구비유집경(百句譬喩集經)》, 《백비경(百譬經)》 등이 있다. 위의 이야기는 《백유경》 첫 번째 권에 첫 번째로 실려 있는 〈어리석은 사람이 소금을 먹은 비유(愚人食鹽喩)〉이다.(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