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담아낸 '불살생' 원칙…사찰음식, 국가무형유산 됐다
육류·생선·오신채 없이 채식 위주…발효식품 중심 조리법·향토성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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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선보이는 계호스님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진관사 회주 계호스님이 지난 4월 23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사찰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2025.5.11 mjkang@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불교의 가르침과 정신이 담긴 한국의 절밥이 국가유산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사찰음식'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한다고 19일 밝혔다.
사찰음식은 사찰에서 전승해 온 음식으로, 승려들이 일상에서 먹는 수행식과 발우공양 등을 아우른다.
사찰마다 다양한 음식이 전해지나 육류와 생선, 오신채(五辛菜·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등 자극적인 5가지 채소)를 쓰지 않고 채식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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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우공양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찰음식은 불교가 전래한 이후 우리 식문화에 서서히 자리 잡았다.
고려시대 문헌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조계진각국사어록'(曹溪眞覺國師語錄) 등에는 채식 만두, 산갓김치 등 사찰 음식과 관련한 기록이 남아있다.
조선시대에는 사찰이 두부, 메주 등 장류와 저장 음식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면서 사대부가와 곡식을 교환하는 등 음식을 통해 교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찰음식은 오늘날 절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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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진관사 사찰음식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활용해 향토성을 더하고, 발효식품을 중심으로 조리하는 방식 등은 다른 나라 사찰 음식과는 다른 점이다.
국가유산청은 "'살아있는 것을 죽이지 않는다'는 불교의 불살생 원칙과 생명 존중, 절제의 철학적 가치를 음식으로 구현해 고유한 음식 문화를 형성했다"고 평가했다.
사찰음식은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 없이 공동체 종목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사찰마다 다양한 조리법이 이어져 오고, 승려를 중심으로 사찰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집단 전승 체계를 이룬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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